세월의 잔상 /은파 오애숙
세월은 등 뒤에서
계절의 바람 날개로
가고 싶지 않은 곳으로
휘몰고 가고 있다
상큼함 매료되었던
청초함의 싱그러움도
희망찬 샘 물결도 한갓
꿈속의 물결이 된 듯
삭막한 대지 만들고
사윈 들 가로수 나목들
그 앙상한 나뭇가지에
포근한 눈꽃을 한 조각
얼음덩이 만들었다
낙엽처럼 가버렸던
사랑 앞에 시울 붉히며
애증의 흑빛 그림자가
세월의 바람결 속에서
사랑의 상처 남기듯
미련인가 사랑인가
동절기에 얼어붙은
앵두 열매가 가슴속에
옹이 되어 맺혀 있어
세월의 흔적 속에
켜켜이 쌓여진 심연
빛바랜 추억이런만
새봄을 기다리누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