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
가을 앓이/은파 오애숙
아름다웠던 추억들
어느 늦가을 공원의
쓸쓸한 벤치 모양새로
계속되는 잡다한 상념
퇴색된 나뭇잎 사이에
가을 연가 부를련만
그대의 실체 속에
그 찬란하고 화려한
단풍 물결 피어나기에
그 옛날의 화사한 미소
나붓껴 오는 잔상으로
가슴 시려오고 있어
훅하고 낙엽 태우는
삶의 마른자리 마디에
가슴 아팠던 추억들이
스며드는 아픔의 비애
그 옛날을 미화하며
사랑을 노래하련만
초라한 사윈 들 헤집고
그대 무거운 짐 홀로 지고
마른 검불 뒤집어쓴 채로
낙엽 따라가는 나그넨가
바람에 이리저리 뒹굴며
산 능선 넘어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