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과 겨울 사이
21-11-02 07:43
가을과 겨울 사이/은파 오애숙
새벽 공기에
뼈가 시려서 인지
가을과 겨울 사이 오가는
11월인데 벌써부터
무서워지는 마음
천근 만근이다
앙상한 나무
찬바람이 싫다고
소리 지르고 있기에
그 밑에 웅크리고 앉는
노숙자 양미간 눈썹
파르르르 떨더니
고개 떨군다
가파른 인생
잔 가지만큼이나
요동쳤던 생애였을까
그에게도 분명 한 때는
한늬 바람결 속에
행복했었던 때가
있었겠지
예기치 못한
코로나 팬데믹으로
뒤엄박 팔자가 된 인생
그나마 잘 나갈 때 쓰던 것
길가에 나와 살며 하나씩
팔아 연명하고 있으나
때를 기다린다
닥친 상황이
전초전에 불과 해
더 많은 고뇌의 날들
마파람과 마주 칠 일들
자명해도 성긴 나목
봄을 기다리듯
기다려 보리
시작 노트/은파
아버님 댁에서
집으로 오는 중간
도보로 10분 거린데
눈에 자주 밟히는
노숙자의 삶
모든 세간살이
하나씩 팔아가며
어스름한 저녁 돼서야
물건과 물건 사이에
움켜 앉아 잠을
청하곤 한다
하지만 늘
얼굴이 해맑다
언젠가 일어나리
한여름 더위 가려주던
나뭇가지가 소슬바람에
떨어져 나갔지만
새봄이 되면
성긴가지 끝에서
새로 움 터 만인에게
희망 선사하 듯 꼭 그리
일어서 보란듯 날개 치리
해맑게 웃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