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떤 해후邂逅/은파 오애숙
갈맷빛 녹음이 콧등에서
은빛 향으로 숙성시켜져
휘리릭 피리 불고 있을 때
장마 속 눅눅해진 옷들이
그대의 손길 닿기만 해도
꾸득꾸득 새 옷 만들었지
실타래가 엉켜져 있어도
누구 손에 있느냐에 따라
손색없이 쓸 수가 있었지
깨어질까 불안했던 심연
누가 알까만 황급했던 때
알아차릴까 전전긍긍 했지
한때 시선이 멈춰 서 있어
그대가 묵묵히 지켰었기에
모자람이 없었다는 고백에
부등켜 앉고 눈물과 콧물로
뒤범벅이며 이제라도 네맘
털아놔 주어 진정 고맙구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