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A 그리픽스에서

수필 조회 수 2788 추천 수 3 2015.12.17 13:03:30

 

 

LA 그리픽스에서

                                                                                                                                                                                                               은파 오 애 숙

 

  눈이 내릴 날씨 같다.

   펑펑펑 쏟아지는 눈.  하얀 눈꽃이 그리움 속에 마음에서 집 짓고 있다.

 

   사는 곳이 LA이다. 모처럼 산행한다. 산등성에서 LA 시가지를 바라보았다. 회색 도시의 잿빛 하늘이 운무 속 뿌연 시가지에 음예 공간 만들고 있다.  숨통이 조여 올 것 같아 숨 가다듬고 숨을 길게 쉬어 본다. 돌개바람이라도 날아와 음예공간을 사막의 어느 하늘로 날려버리련만 터줏대감처럼 감시하듯 자리를 잡고 매의 눈으로 회색 도시를 맴돈다.

 

   답답함이 다시 가슴을 누른다. 술에 물 탄 듯 물에 술 탄 듯하다. 회색의 운무 속에선 여전히 쳇바퀴 굴러가듯 고속도로의 행렬로 거센 소음 속에 활주로 달리듯 같은 궤도를 달리고 있다는 착각이 든다. 고개 돌리니 사고로 울상이다. 눈이라도 내렸다면 대형사고에 참사로 이어져 회색 도시의 잿빛 하늘이 먹빛 하늘에 피바다 이뤘겠다 싶다. 갑자기 뇌리에서 시가 스쳐 온다. 한국을 대표하는 윤동주의 이별離別 이라는 시다.

 

눈이 오다 물이 되는 날 / 잿빛 하늘에 또 뿌연내, 그리고 / 크다란 기관차는 빼-액-울며, / 조그만 가슴은 울렁거린다 // 이별이 너무 빠르다, 안타깝게도, 사랑하는 사람을, / 일터에서 만나자 하고- / 더운 손의 맛과 구슬눈물이 마르기 전 / 기차는 꼬리를 산굽으로 돌렸다. <윤동주-이별 離別 -전문>

 

   눈앞에 비늘이 벗겨지듯 현실을 직시하니 괜한 낭만 타령에 쥐구멍 찾는다.  하지만 지인들이 속속 한국에 갔다 온 소식에 한국이 가고 싶은 까닭이다.  보고 싶은 친구도 있고 알아봐야 할 일도 있고.  이것저것 해야 할 일이 있다.  가고 싶으나 동에서 서가 만날 수 없듯 현재로는 갈 수 없는 처지라 일단 머리에서 접는다. 사는 동안 수많은 사람을 이별의 차 창가에서 흰 손수건 흔드는 것이 우리네 현주소라 생각하니 스스로 위로가 된다.

 

   L A 우기는 겨울이다.  겨울 차량은 늘 빗줄기에 조바심이다.  눈이 내려 물이 되는 날은 눈 씻고 찾아보고 싶어도 찾을 수 없는 곳이다.  눈이 보고 싶다면 시간을 내야 한다.  꽃이 지고 피고 반복하는 겨울 속에 봄 날씨가 LA 이기 때문이다.  눈 보기 위해서는 빅 베어로 시간 내야만 한다.  그래도 감사가 휘날린다.  TV 방송이나 인터넷으로라도 눈을 볼 수 있기에.   클릭하는 순간, 와! 하얀 눈 덮인 세상의 눈꽃이다. 눈이 하얀 눈을 집어내는 순간이다.

 

   회색빛 음예陰翳공간이 줄행랑친다. 

   심연에서는 기쁨이 출렁이며 노래 부르고 있기에. 

 

 

 

 

 

 


지영선

2015.12.17 22:15:01
*.3.228.204

겨울하면 눈을 생각하게 하지요. 특히 어린 시절 한국의 겨울, 팽이치고 눈싸움하던 시절이 그립내요. 수필을 읽고 나니, 올해는 꼭 눈보러 스키장이든 빅베어든 갔다와야 겠다는 생각입니다. 눈을 보고 오면 마음이 상쾌해질 것 같습니다. 결론 부분이 마음에 듭니다. 즐감하고 지나갑니다.

오애숙

2015.12.19 23:12:09
*.3.228.204

안녕하세요. 지 선생님!!

선생님도 어릴 적 추억이 많이 그리우시지요. 

특히 남자분들은 더욱더 그리우리라 생각합니다.

그립다는 것은 추억이 그만큼 더 많다는 것이라 싶습니다.


저는 여자이고 비교적 조용한 성품이지만 

엘에이에  살고 있어서 그런지 많이 그립답니다.

제가 사는 곳에 오늘도 비가 내렸습니다.

비가 내려서 을씨년스럽더군요.


하지만 백화점에 갔더니 성탄 분위기로

우울하던 마음이 화창한 봄날처럼 날아 갈 것 같았습니다.

기분이 좋아서 표정이 밝으니 사진도 잘 나왔습니다.

식사 시간이 되어 음식점에 들어 갔는데도 배가 부르더군요.


다 먹지 못하고 남겼지만 하나도 아깝지 않았습니다.

세상사가 기분에 죽고 산다더니 

오늘 같은 날이 딱 그런 날이라 싶었습니다.

스키장이든 빅베어든 올 겨울에 꼭 다녀오세요.


성탄절 잘 보내세요. 메리 크리스마스!!!


     선생님,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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