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에 만난 그대/은파 오애숙
내게 와 붉게 타련가
갈맷빛 여름의 녹푸름
실오라기 한 장 남김없이
심연의 응어리까지
필 때가 있으면
질 때가 있는 게 인생사
지난날의 화려한 영화도
한줌의 흙이 되었구려
팔색조의 화려함
애걸복걸 닮으려 하더니
발버둥 끝 한줌 재 되어
시공간을 초월해 갔는지
앵무새의 조잘 거림
무화과 잎의 무성함으로
겉만 화사함에 치장했던
지난날 애끓던 그대 삶
애한 만발했던 시름들
자카란다보랏빛에 담금질해
6월 속에 그댈 떠나 보낸 후
팔월의 불가마 끝자락일세
시린 맘 달래 손짓하나
산과 들 붉게 활활 타올라
핍진한 가슴에 불 지피려고
내게로 와 미소하련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