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
추억만들기
은파
비가 오는 날이면
우산도 없이 걷네
마음의 창을 열어
걷고 있는 이 거리
행복을 열고 싶어
LA 가을의 시작
비를 통한 겨울
가을 끝자락 잡고
뒤를 돌아본다네
비가 오던 날 지나
창문밖에 떨어진
낙엽을 하나하나
주워서 책갈피에
곱게 꽂아 놓는다
먼 훗날 이맘을
추억의 가슴에서
꺼내어 들길 따라
이 거릴 걸으려고
시작노트:
가을 문턱에 들어서, 비다운 비가 내렸다. 왠지 거리를 걷고 싶어지는 가을이네
창문 여니 가랑비가 소리 없이 내린다. 반사작용인가 나도 모르게 바바리 걸친다.
머리에는 챙이 넓은 모자를 쓰고, 카라의 깃을 세운다. 가을이 가슴으로 다가온다
밤새 내린 비에 나뭇가지에 떨어진 낙엽이 나뒹군다. 어느새 가랑비도 그쳤다.
낙엽 같지도 않은 낙엽이 홍수 이뤘으나 그중에 한두 개를 골라 살며시 책 갈피에
끼워 넣는다. 행복한 이 거리 마음의 빗장을 열고 오랜만에 걸어 보는 거리라 싶다.
봄에는 자카란다 보랏빛 물결로 여심을 훔치더니 가을로 접어선 낯선 이름 모를
동료의 나뭇잎들이 하늬바람과 가을비로 낙엽도 아닌 나뭇잎들이 떨어져 있다.
슬픔을 쏟아 내듯 거리마다 엉클어있다. 젊은 날 연인의 아픔이 출렁이듯 그렇다.
오늘 따라 젊은시절 어느 한날, 그 어느날의 추억 한날이 가슴에 저리는 아픔이
그져 살며시 웃음으로 다가와 옛 추억 한 장씩 열어보는 소중한 날이다 싶어진다
슬픔이 낙엽에 뒤엉키나, 추억은 그저 추억인가! 미소로 저 마치 흘러가는 강물처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