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들레의 고향
박가월
이곳에 보내 준 은인은 바람이오 국경과 휴전선을 넘나들며 바람이 나르다 힘에 부쳐 떨어뜨린 곳이 생활의 터전이오 고향은 묻지 말아주오 떠돌다 머문 곳이 고향이라오 부모도 형제도 모르오 바람이 내려놓은 곳에 뿌리내렸소 미워도 바람을 원망할 수 없소 부모형제를 갈라놓았지만 날 퍼뜨리고 키우는 건 바람이오 실려 가는 홀씨의 몸이지만 바람이 내려놓은 곳에 목숨은 모질어 아스팔트 틈새나 콘크리트 조그만 틈새에 뿌리를 내리고 꽃을 피웠소 날 데려온 은인이 담장을 넘지 못해 이렇게 밑에 터 잡아 사오 부모도 고향도 묻지 말아주오 바람이 실어다 준 곳이 고향이오.
발표:『아듀 2003』2003년 12월. 시집:『황진이도 아닌 것이(2007)』99p에 수록.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