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이 핀다 /문태준

조회 수 2061 추천 수 0 2017.05.25 03:18:13

꽃이 핀다  /문태준

 

 

뜰이 고요하다

꽃이 피는 동안은

 

하루가 볕바른 마루 같다

 

맨살의 하늘이

해종일

꽃 속으로 들어간다

꽃의 입시울이 젖는다

 

하늘이

향기 나는 알을

꽃 속에 슬어놓는다

 

그리운 이 만나는 일 저처럼이면 좋다

 

* 문태준 지음 꽃이 핀다」 『가재미(문학과지성사, 2006), 8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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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이 핀다꽃이 피다는 다른데 꽃이 피다는 건조한 현재형이라면 꽃이 핀다는 영원을 담은 혹은 영원 속에 있는 현재형. 꽃은 영원히 피고 있다는 것. 왜 그런가. ‘이니까. 이렇게 말해 놓으면 할 말이 없다. . ‘이 아니면 무엇인가. 꽃이 아니면 악취를 풍기는 현실이다. . 현실이란 시간 속에서 슬어지는 것이기 때문(‘슬어지다의 기본형 슬다스러지다의 옛말이기도 하고 ‘(벌레나 물고기 따위가) 알을 깔겨 놓다는 뜻이기도 하다. 이 시에서는 중의적으로 사용된 것으로 보인다. ‘입술대신에 입시울이라는 옛말을 사용하고 있으니 더더욱 그렇게 보인다). 꽃이 피는 여기는 시간이 슬어[스러]지지 않는다. . ‘하늘이 / 향기 나는 알을 / 꽃 속에 슬어놓고 있기 때문. 그러니 꽃은 시간 속에 슬어[스러]지지 않는 영원의 표상이라 해도 무방한 것.

 

꽃이 핀다는 것은 무엇인가. ‘맨살의 하늘이 / 해종일 / 꽃 속으로 들어가는 일. 꽃이 피는 것은 꽃의 내부에 있는 것을 밖으로 발산하는 과정이 아니라 그 반대라는 것. 하늘이 들어가서 향기 나는 알을 / 꽃 속에 슬어놓는 과정이라는 것. 시간과 함께 스러져가는 꽃들로 표상되는 이 세상 만물이 있는 이 현실과 완전히 반대되는 현상이 벌어지는 것.

 

꽃이 피는 동안이라고 시간이 한정되어 있다. 인간은 영원을 누릴 수 없는 존재라고 초두에서부터 제한을 주고 들어가라 한다. 동안하루를 의미할 듯한데 꼭 그렇지도 않다. 동안하루볕바른 마루 같다고 말해주고 있기 때문. ‘볕바른 마루 같은 것은 측량되지 않는 것. 그러니 이 볕바른 마루 같하루는 측정불가한 시간, 즉 영원이라 할 수 있을 것. 동안에는 어떤 일이 벌어지는가. ‘뜰이 고요하다는 것. 고요는 영원과도 통하는 것. 어째서 그런가. 이 세상에 참된 고요란 없기 때문. <절대 고요>의 경지는 현실을 넘어선 곳에 있는 것. 인간은 고요속에 있기를 열망하지만 실제로 고요속에서는 한시도 있을 수 없는 존재. 고요를 견딜 수 없어서 뭔가 소리를 만들어서 듣고 뭔가 형상을 만들어서 마주 두고 바람 소리라도 들을 때에 비로소 안정되는 그런 존재가 인간이기 때문. 그런 인간이 고요 속에 있다는 것은 현실의 인간이 아니라는 증거가 되는 것. 동안만은 이 현실의 인간이 아니라 영원 속의 인간(이 아닌 그 무엇)이 되어 영원을 즐기고 있는 것.

 

시인은 이 영원한 즐거움을 그리운 이 만나는 일에다가 빗대어 놓는다. ‘그리움이란 무엇인가. 그리움 앞에는 형언할 수 없는이라는 수식어가 붙어야 제대로 이해가 되는 것. ‘그리운 이라는 것은 실상은 명확한 대상을 가리키는 것이 아니다. 그렇게 그리운 이를 만나는 일도 실제의 만남을 가리키지 않는 것. 그러면 무엇인가. 자기 자신과의 만남을 가리키는 것이 아닐까. 나 자신과의 만남을 열망하고 있는데, 그것이 현실에서는 다른 이의 모습에 투영되어 나타나는데, 이 영원 속에서는 자기 자신이 고요속에서 그 모습을 드러내는 것. ‘저처럼이란 무슨 뜻일까. ‘꽃의 입시울이 젖는다는 말에 눈이 간다. 햇살이 들어가는데 왜 젖는다고 하는가. ‘젖는다는 말은 경계가 허물어짐을 뜻하는 것. 햇살을 받아들이면서 꽃의 입술이 젖고 햇살과 꽃은 경계가 허물어진다. 햇살과 꽃은 하나가 되는 것. 자기 자신과의 만남에서 주와 객이 하나가 되는 일이 이루어지고 있는 것. 그런 상태를 꽃이 핀다고 하는 것이 아닐까. 이것은 영원에서 일어나는 일이고, 현실에서는 어떠한가. ‘저처럼이면 좋다는 것. 현실에서는 자기 자신을 마주치는 것이 아니라 타인과의 만남을 가리키는 것. 영원 안에서 자기 자신을 만나듯이 타인을 그렇게 만난다면 좋다는 것.

뜰이 고요하다

꽃이 피는 동안은

 

하루가 볕바른 마루 같다

 

맨살의 하늘이

해종일

꽃 속으로 들어간다

꽃의 입시울이 젖는다

 

하늘이

향기 나는 알을

꽃 속에 슬어놓는다

 

그리운 이 만나는 일 저처럼이면 좋다

 

* 문태준 지음 꽃이 핀다」 『가재미(문학과지성사, 2006), 8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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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이 핀다꽃이 피다는 다른데 꽃이 피다는 건조한 현재형이라면 꽃이 핀다는 영원을 담은 혹은 영원 속에 있는 현재형. 꽃은 영원히 피고 있다는 것. 왜 그런가. ‘이니까. 이렇게 말해 놓으면 할 말이 없다. . ‘이 아니면 무엇인가. 꽃이 아니면 악취를 풍기는 현실이다. . 현실이란 시간 속에서 슬어지는 것이기 때문(‘슬어지다의 기본형 슬다스러지다의 옛말이기도 하고 ‘(벌레나 물고기 따위가) 알을 깔겨 놓다는 뜻이기도 하다. 이 시에서는 중의적으로 사용된 것으로 보인다. ‘입술대신에 입시울이라는 옛말을 사용하고 있으니 더더욱 그렇게 보인다). 꽃이 피는 여기는 시간이 슬어[스러]지지 않는다. . ‘하늘이 / 향기 나는 알을 / 꽃 속에 슬어놓고 있기 때문. 그러니 꽃은 시간 속에 슬어[스러]지지 않는 영원의 표상이라 해도 무방한 것.

 

꽃이 핀다는 것은 무엇인가. ‘맨살의 하늘이 / 해종일 / 꽃 속으로 들어가는 일. 꽃이 피는 것은 꽃의 내부에 있는 것을 밖으로 발산하는 과정이 아니라 그 반대라는 것. 하늘이 들어가서 향기 나는 알을 / 꽃 속에 슬어놓는 과정이라는 것. 시간과 함께 스러져가는 꽃들로 표상되는 이 세상 만물이 있는 이 현실과 완전히 반대되는 현상이 벌어지는 것.

 

꽃이 피는 동안이라고 시간이 한정되어 있다. 인간은 영원을 누릴 수 없는 존재라고 초두에서부터 제한을 주고 들어가라 한다. 동안하루를 의미할 듯한데 꼭 그렇지도 않다. 동안하루볕바른 마루 같다고 말해주고 있기 때문. ‘볕바른 마루 같은 것은 측량되지 않는 것. 그러니 이 볕바른 마루 같하루는 측정불가한 시간, 즉 영원이라 할 수 있을 것. 동안에는 어떤 일이 벌어지는가. ‘뜰이 고요하다는 것. 고요는 영원과도 통하는 것. 어째서 그런가. 이 세상에 참된 고요란 없기 때문. <절대 고요>의 경지는 현실을 넘어선 곳에 있는 것. 인간은 고요속에 있기를 열망하지만 실제로 고요속에서는 한시도 있을 수 없는 존재. 고요를 견딜 수 없어서 뭔가 소리를 만들어서 듣고 뭔가 형상을 만들어서 마주 두고 바람 소리라도 들을 때에 비로소 안정되는 그런 존재가 인간이기 때문. 그런 인간이 고요 속에 있다는 것은 현실의 인간이 아니라는 증거가 되는 것. 동안만은 이 현실의 인간이 아니라 영원 속의 인간(이 아닌 그 무엇)이 되어 영원을 즐기고 있는 것.

 

시인은 이 영원한 즐거움을 그리운 이 만나는 일에다가 빗대어 놓는다. ‘그리움이란 무엇인가. 그리움 앞에는 형언할 수 없는이라는 수식어가 붙어야 제대로 이해가 되는 것. ‘그리운 이라는 것은 실상은 명확한 대상을 가리키는 것이 아니다. 그렇게 그리운 이를 만나는 일도 실제의 만남을 가리키지 않는 것. 그러면 무엇인가. 자기 자신과의 만남을 가리키는 것이 아닐까. 나 자신과의 만남을 열망하고 있는데, 그것이 현실에서는 다른 이의 모습에 투영되어 나타나는데, 이 영원 속에서는 자기 자신이 고요속에서 그 모습을 드러내는 것. ‘저처럼이란 무슨 뜻일까. ‘꽃의 입시울이 젖는다는 말에 눈이 간다. 햇살이 들어가는데 왜 젖는다고 하는가. ‘젖는다는 말은 경계가 허물어짐을 뜻하는 것. 햇살을 받아들이면서 꽃의 입술이 젖고 햇살과 꽃은 경계가 허물어진다. 햇살과 꽃은 하나가 되는 것. 자기 자신과의 만남에서 주와 객이 하나가 되는 일이 이루어지고 있는 것. 그런 상태를 꽃이 핀다고 하는 것이 아닐까. 이것은 영원에서 일어나는 일이고, 현실에서는 어떠한가. ‘저처럼이면 좋다는 것. 현실에서는 자기 자신을 마주치는 것이 아니라 타인과의 만남을 가리키는 것. 영원 안에서 자기 자신을 만나듯이 타인을 그렇게 만난다면 좋다는 것.

 

뜰이 고요하다

꽃이 피는 동안은

 

하루가 볕바른 마루 같다

 

맨살의 하늘이

해종일

꽃 속으로 들어간다

꽃의 입시울이 젖는다

 

하늘이

향기 나는 알을

꽃 속에 슬어놓는다

 

그리운 이 만나는 일 저처럼이면 좋다

 

* 문태준 지음 꽃이 핀다」 『가재미(문학과지성사, 2006), 8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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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이 핀다꽃이 피다는 다른데 꽃이 피다는 건조한 현재형이라면 꽃이 핀다는 영원을 담은 혹은 영원 속에 있는 현재형. 꽃은 영원히 피고 있다는 것. 왜 그런가. ‘이니까. 이렇게 말해 놓으면 할 말이 없다. . ‘이 아니면 무엇인가. 꽃이 아니면 악취를 풍기는 현실이다. . 현실이란 시간 속에서 슬어지는 것이기 때문(‘슬어지다의 기본형 슬다스러지다의 옛말이기도 하고 ‘(벌레나 물고기 따위가) 알을 깔겨 놓다는 뜻이기도 하다. 이 시에서는 중의적으로 사용된 것으로 보인다. ‘입술대신에 입시울이라는 옛말을 사용하고 있으니 더더욱 그렇게 보인다). 꽃이 피는 여기는 시간이 슬어[스러]지지 않는다. . ‘하늘이 / 향기 나는 알을 / 꽃 속에 슬어놓고 있기 때문. 그러니 꽃은 시간 속에 슬어[스러]지지 않는 영원의 표상이라 해도 무방한 것.

 

꽃이 핀다는 것은 무엇인가. ‘맨살의 하늘이 / 해종일 / 꽃 속으로 들어가는 일. 꽃이 피는 것은 꽃의 내부에 있는 것을 밖으로 발산하는 과정이 아니라 그 반대라는 것. 하늘이 들어가서 향기 나는 알을 / 꽃 속에 슬어놓는 과정이라는 것. 시간과 함께 스러져가는 꽃들로 표상되는 이 세상 만물이 있는 이 현실과 완전히 반대되는 현상이 벌어지는 것.

 

꽃이 피는 동안이라고 시간이 한정되어 있다. 인간은 영원을 누릴 수 없는 존재라고 초두에서부터 제한을 주고 들어가라 한다. 동안하루를 의미할 듯한데 꼭 그렇지도 않다. 동안하루볕바른 마루 같다고 말해주고 있기 때문. ‘볕바른 마루 같은 것은 측량되지 않는 것. 그러니 이 볕바른 마루 같하루는 측정불가한 시간, 즉 영원이라 할 수 있을 것. 동안에는 어떤 일이 벌어지는가. ‘뜰이 고요하다는 것. 고요는 영원과도 통하는 것. 어째서 그런가. 이 세상에 참된 고요란 없기 때문. <절대 고요>의 경지는 현실을 넘어선 곳에 있는 것. 인간은 고요속에 있기를 열망하지만 실제로 고요속에서는 한시도 있을 수 없는 존재. 고요를 견딜 수 없어서 뭔가 소리를 만들어서 듣고 뭔가 형상을 만들어서 마주 두고 바람 소리라도 들을 때에 비로소 안정되는 그런 존재가 인간이기 때문. 그런 인간이 고요 속에 있다는 것은 현실의 인간이 아니라는 증거가 되는 것. 동안만은 이 현실의 인간이 아니라 영원 속의 인간(이 아닌 그 무엇)이 되어 영원을 즐기고 있는 것.

 

시인은 이 영원한 즐거움을 그리운 이 만나는 일에다가 빗대어 놓는다. ‘그리움이란 무엇인가. 그리움 앞에는 형언할 수 없는이라는 수식어가 붙어야 제대로 이해가 되는 것. ‘그리운 이라는 것은 실상은 명확한 대상을 가리키는 것이 아니다. 그렇게 그리운 이를 만나는 일도 실제의 만남을 가리키지 않는 것. 그러면 무엇인가. 자기 자신과의 만남을 가리키는 것이 아닐까. 나 자신과의 만남을 열망하고 있는데, 그것이 현실에서는 다른 이의 모습에 투영되어 나타나는데, 이 영원 속에서는 자기 자신이 고요속에서 그 모습을 드러내는 것. ‘저처럼이란 무슨 뜻일까. ‘꽃의 입시울이 젖는다는 말에 눈이 간다. 햇살이 들어가는데 왜 젖는다고 하는가. ‘젖는다는 말은 경계가 허물어짐을 뜻하는 것. 햇살을 받아들이면서 꽃의 입술이 젖고 햇살과 꽃은 경계가 허물어진다. 햇살과 꽃은 하나가 되는 것. 자기 자신과의 만남에서 주와 객이 하나가 되는 일이 이루어지고 있는 것. 그런 상태를 꽃이 핀다고 하는 것이 아닐까. 이것은 영원에서 일어나는 일이고, 현실에서는 어떠한가. ‘저처럼이면 좋다는 것. 현실에서는 자기 자신을 마주치는 것이 아니라 타인과의 만남을 가리키는 것. 영원 안에서 자기 자신을 만나듯이 타인을 그렇게 만난다면 좋다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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