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시고기

조회 수 3923 추천 수 1 2017.05.18 12:49:05

가시고기

                                                                                     은파

 2013120874927[2].jpg

아버지께서는 언제나 제게 자상하셨지요

때론 할아버지처럼 등을 토닥토닥이셨고

때로는 할머니처럼 먹을 것 챙기어주었죠

 

언제나 저에게는 흔들림 없는 우듬지처럼

연두 잎새 위에 이슬처럼 진액보약 되었고

한여름 쬐약 볕에도 숲이 되어 그늘 되었죠

 

어떤 이는 태산 같은 존재라 멀찍이 있으나

저에겐 언제나 어머니품 같이 따사로웠기에

봄햇살 살랑이는 상큼하고 싱그런바람이었죠

 

여우비처럼 봄을 깨워 파아란 희망 주시며

어깨가 무너져 내리고 허리가 휘어 내려도

널따란 들판 향해 마음껏 달리라고 하셨죠

 

세상에 태어나서 아버지란 그 이름만으로도

행복하시던 아버지께선 그리 사시기 위해

메마른 가지마다 햇살로 연초록 구워내셨죠

 

중년의 버거운 짐에도 인상 한 번 안 쓰시고

막내를 낳고 식물인간처럼 십여 년을 사신

어머님 대신하여 기꺼이 가시고기로 사셨죠

 

세월의 바람 휘감고 열두 고비 넘으시면서도

촛불 밝혀 촛농이 되시고자 불 켜시는 희생에

이 아침 한 송이 붉은 카네이션 달라 드립니다


이제는 제가 사막의 태양앞에 그늘 되고자 하며

폭풍의 언덕에도 든든한 버팀목 되고저 하오니

 시름 다 접고 이생에 있는 동안 편안하소서 


50_1478716964_0_thum.jpg

                2017514일 어버이 주일

                     세째 딸 올림

List of Articles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추천 수sort
88 5월, 장미뜰에서 [3] 오애숙 2022-03-30 57  
87 새봄의 환희 [4] 오애숙 2022-03-30 42  
86 고운빛은 어디서 왔을까/은파/큐피트화살영상작가 [1] 오애숙 2022-03-30 39  
85 춘삼월 사랑의 소야곡--2 오애숙 2022-03-30 40  
84 그대 어이해 오애숙 2022-03-30 38  
83 춘삼월, 사랑의 기쁨에 [2] 오애숙 2022-03-27 75  
82 꽃비 속의 사유 오애숙 2022-04-05 47  
81 야자수 [1] 오애숙 2022-04-06 61  
80 고목枯木에도 꽃은 핍니다 오애숙 2022-04-06 43  
79 고목枯木 오애숙 2022-04-06 5468  
78 무화과 [1] 오애숙 2022-04-07 38  
77 사월의 봄 [1] 오애숙 2022-04-07 42  
76 거친 삶의 묘약 오애숙 2022-04-07 57  
75 웃음꽃 오애숙 2022-04-07 31  
74 오애숙 2022-04-08 68  
73 춘삼월, 희망 연가 [4] 오애숙 2022-04-08 731  
72 연시조- 춘삼월 기억의 언저리--영상시화 [1] 오애숙 2022-04-11 95  
71 달맞이꽃 [1] 오애숙 2022-04-09 38  
70 연시조/ 봄바람 찰랑 거리면 [1] 오애숙 2022-04-11 28  
69 심숭생숭 봄바람 오애숙 2022-04-11 51  

회원:
30
새 글:
0
등록일:
2014.12.07

오늘 조회수:
95
어제 조회수:
137
전체 조회수:
3,126,723

오늘 방문수:
52
어제 방문수:
83
전체 방문수:
999,27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