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가을에 만난 그대(창방)

조회 수 236 추천 수 0 2018.08.23 08:05:48

가을에 만난 그대/은파 오애숙


내게 와 붉게 타련가

갈맷빛 여름의 녹푸름

실오라기 한 장 남김없이

심연의 응어리까지


필 때가 있으면

질 때가 있는 게 인생사

지난날의 화려한 영화도

한줌의 흙이 되었구려


팔색조의 화려함

애걸복걸 닮으려 하더니

발버둥 끝 한줌 재 되어

시공간을 초월해 갔는지


앵무새의 조잘 거림

무화과 잎의 무성함으로

겉만 화사함에 치장했던

지난날 애끓던 그대 삶


애한 만발했던 시름들

자카란다보랏빛에 담금질해

6월 속에  그댈 떠나 보낸 후

팔월의 불가마 끝자락일세


시린 맘 달래 손짓하나

산과 들 붉게 활활 타올라

핍진한 가슴에 불 지피려고

내게로 와 미소하련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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