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
나목
은파 오애숙
가을이 눈 앞에서
해맑게 웃음짓더니
여름을 단숨에 날린다
춤추던 파르란함
신나게 휘파람 불며
가을 냄새를 풍더니
화관 쓰고 서
이래도 저래도 아니라
온 몸 다한 눈부심에
호탕하게 웃고는
한세상 열심히 살았다
손짓하며 붉게 타오른다
검혀히 두손 높이 든다
왔던 길 되 돌아가는길
모두 다 알고 있다는 듯
어느 겨울날의 초상/
은파
포근히 가슴으로
내려오는 눈꽃 송이
천국 따로 없다 싶었던
어린 시절 그추억
아주 멀러 서부터
몰려오던 흑진주 구름
새털깃 열은 향연에
가슴연 기쁨으로
뜨거워 달궈진 맘
눈꽃 세상 여는 기쁨에
들이 마시던 그 추억
나부끼는 타향일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