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턴
은파 오 애 숙
기억의 뒤편엔
늘 혼자 커피를 마시고 있었다
밥 먹을 때나 쇼핑할 때도
심지어는 영화관엘 가도
그때 누군가가 불러주는
아주 어릴 적 이름에
비로소 긴 동면에서 깨어났다
하얗게 내린 안개비가 벗겨지듯
신비주의자처럼
십 수년을 혼자이고 싶었던 것은
단지 현실 도피자가 쓰는
자기 최면요법(催眠療法)이었다고
시작노트 : 가끔 연예인들이 본국을 떠난다. 자의든 타의에서든. 철저하게 고립된 생활을 하다
어느 날 현실을 직시하게 된다. 결국 과거의 자신으로 돌아오는 모습의 기사를 읽고 쓴 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