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시인의 정원 /은파
해걸음 속 그 어린 날의 소녀
붉은 태양 향한 걸음이 해맑다
재잘재잘 참새들의 아침처럼
삼삼오오 짝지어 늘어서 있는
하교길 우린 늘 책을 읽은 걸
나름대로 소견 나눔의 기억들
심지어 내일 시험 볼 날인데도
어둠에 갇혀서 그저 날 새도록
책 갈피 물결에 휩싸이던 추억
모아져 피카소의 들소가 되었고
숙녀가 되어서도 열띤 토론장
주인공 되어 세상을 쥐락펴락
발 가는 대로 목적 이르는 대로
활주로 향하여 날개 쳐 갔었지
그 파노라마 뇌리에서 물결치며
앵무새의 노래가 뻐국새 노래로
때로는 뜸북새의 노래가 되었고
해 질 녘 새로운 장을 열고 있네
해넘이의 붉은 너울 고옵게 쓰고
온누리 속에 은빛머리 휘날리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