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의 빚장 연 활보
은파 오애숙
어제가 운둔의 생이었다면
오늘은 날개 달아 활보하고파
마음 가다듬고 거울보고 미소한다
한 해 동안 기른 머리가
여느 때와는 다르게 거추장스러워
가위로 대충 잘라내니 어깨가 훤하다
거울 속에서 단발머리 여학생이
생글생글 내 자신에게 웃고 있으나
훤한 어깨 너머 등에 버거운 짐이 보인다
한 움큼 잘라낸 머리가 그래도
까마귀 털처럼 새까맣게 미소 지으나
거울 속에서 한 두개흰머리 비아냥거린다
불현 듯 숨이진 고랑에 잠자던 주름
창문 열고자 하품 하며 비시시 눈비고 일어나
갈매기 되어 날아오르려 하나 애써 빚장 잠근다
훈장처럼 덧붙여진 나이테 하나로
허허로운 새해라고 생각되는 나이이나
거울에 비친 생글이는 머리에 맞는 옷 입는다
오늘 따라 베이지톤에 검정색 실로
가장자리에 수놓은 잠바가 썩 잘 어울려
이팔청춘마냥 마음이 들판 향해 달려가고 있다
그래, 어제가 운둔의 생이었다면
오늘은 날개 달아 활보하는 내 세상이야
앞으론 백세시대!! 지금이 내 생애 청춘이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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