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의 길목에서/은파 오애숙
가끔 비가 쏟아지면
마음 속의 응얼진 것이
남몰래 흘러내리고 있어
정령 그리움의 물줄기련가
허공에서 허우적이며
어느 늦가을 외로운 길
걷던 나그네 서러움의
해질녘 질풍노도 회한인가
고독이 밀려 들고 있는 건
거리엔 네온싸이 즐비한데
갈바 알지 못하고 허둥되는
길잃은 철새 한마리 심연인가
어둠의 그림자 길게 누워
사방 둘러 진 친 것만 보다
그 기세에 눌려 넋다운 되어
향방을 잃은 자가 된 까닭인가
오늘 따라 발걸음 왜 이리
천근만근 무거운 것일런지
오호라 잿빛구름 위에서 햇살
찬란히 날 향해 비추고 있음에
두 손 하늘 향해 높이 들고
하늘 창 열어 맘껏 쏟아져라
단비가 되어 사윈들 속에 물결
파라란히 나래 펼쳐 휘날리니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