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 하나의 가을 그리움/은파 오애숙
책갈피 사이 곱게 물든
단풍잎 하나 앳된 소녀의 감성
가슴에 고이 안고 세월의 흔적 지운다
그 옛날 가을 서정 묻어나는
이별의 별리 속에 낙엽 쌓인 오솔길
구슬픔 하나 목에 걸고 피어나는 그림자
낙엽 밟는 사각이는 소리에
사각사각 그 옛날 가을날의 연가
가슴에 곱게 피는 건 세월의 흔적일까
호수에 잠긴 만추에 넋 잃던 청춘
단풍잎 하나 빙그르 해맑게 안부하며
하늬 바람이 허리 살며시 간지럼 태운다
꿈결 같은 지난날의 아름다움
다시 가슴에 불지 펴 예찬하고 있어
떠오르는 햇살 되어 윤슬처럼 반짝인다
덧없이 흘러간 세월의 잔재 속
지나간 사랑이 이토록 아름다운가
한때는 세월의 흔적일 뿐이라 생각했지
이토록 몽환적인 감성으로
세월의 흔적을 지워 낼 줄 예전엔
미처 몰랐다고 단풍잎 하나 속삭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