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대 떠났다 해도/은파 오애숙
그대 떠나 멀리 갔다지만
그대와 백일만이라도 더 살았다면
그대 손 꼭 잡고 더 많은 추억들을
가슴에 안고 살아갈 텐데
엄동설 지나 새봄이더니
백롱나무에 붉게 피는 꽃을 보니
자꾸만 그대가 백일동안 만이라고
함께 했으면 아쉬움 남으나
더 이상 욕심부리지 않고
지난날 함께 했던 것에 만족하며
행복꽃 한 아름 안았던 기억 가지고
아쉬운 이별에 눈썹 적신다
이제 내 살아갈 날 첩첩산중
홀로 걸어가는 길 외롭고 쓸쓸해도
우리 동행했던 그 어린 추억 머금고
어깨 펴고 당당히 걸어가리
내 아직 맘 추스르지 못하나
날마다 하늘빛 나래 펼쳐 못 이룬
그대의 몫 무지개 언덕 위에서 큰 꿈
가슴에 아로새겨 나르샤 하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