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가위 앞에 두고서/은파
열돔꽃 피어
뜨겁게 달구던 한 여름
보란 듯 휘감고 울타리에서
임 그리워 목 빼고 기다리던
능소화 끝내 내년 기약해
하직해야만 했고
산골짝 굽이쳐
흐르던 개울물 찰랑이는
물결 속에 송사리 떼의 춤사위
그 옆에 군무 이루는 코스모스
이가을 빨간 고추잠자리와
사랑 속삭일 때
가로수변의
배롱나무꽃도 떠날 채비
준비로 작별 고하는 구월 길섶
한가위 가까워 오면 그 옛날
고향 산천 그리워지는 건
인연 보고픈지
깊어가는 가을
서녘 해걸음 속 붉게 물든
강둑에 하늬 바람결로 휘감겨
황금빛 나부끼는 갈대밭 연정
그 옛날 인연이 물결처럼
고옵게 피누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