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연
은파 오 애 숙
우리가 살아가는 동안에는 좋은 인연도 있지만
돌이켜 보면 만나선 안 되었던 악연도 있습니다
스쳐 지나가는 사람이라도 인연이라고 한다지만
그 인연 중 어떤 이는 사특함이 누굴 위한다고
안개로 창호지 만들어 땜방으로 헛방에 뚫린 문
보수하는 척하는 가증스러운 인연도 있습니다
불 보듯 뻔한 상황에 ‘벼룩이 간 내어 먹는다’고
사기 쳐 가슴에 숯덩이 만드는 인연도 있습니다
하지만 인연 중에는 생명 살리는 진귀한 보석같이
이웃을 내 몸처럼 사랑하는 성경 말씀처럼 그런 인연에
세상 살맛 내며 휘날리는 가시밭의 백합 향 맡습니다
그저, 자리 메김 질하는 게 아니라 제 몸 맷돌에 갈아
헌신의 물결로 타인의 삶에 윤활유로 여유롭게 합니다
내가 만난 인연의 그들은 나를 어떤 인연이라 여길까
생각이 심층 깊게 별들이 속삭이는 밤에 꼬리 뭅니다
삶의 고리에 향기로 인연의 꽃 피우라 메아리칩니다
내 안에 영원한 잣대로 나침판 되신 그분이 계시기에
심지가 견고한 자 되어 삶이 흔들리지 않아 다행입니다
백 세 시대에 아직 살아갈 날 많이 있다 장담할 나이지만
애잔함에 조시 쓰며 오는 순서 있어도 가는 순서 없어
떠난 친구가 벌써 손가락 열 개가 모자라는 나이입니다
뒤돌아 생각해보니 함께한 시간 동안 좋은 인연이었다고
가슴에서 써 내려가는 조시 속에 부러움이 날개 칩니다
흔들리는 나침판이 재가동되어 다행이라 메아리칩니다
사는 동안 내가 먼저 좋은 인연 되고자 다가서 보렵니다
바람결에 스쳐 갔던 인연이 아슴아슴 가슴에 물결칩니다
안개 낀 인생의 강물이 저 마치 바닷속으로 흘러가고 있으나
아직 할 일이 남아있고 내가 필요한 사람이 많이 있어
좋은 인연 내가 만들어 가자 눈을 들어 앞을 바라봅니다
인생 서녘에 황혼이 물결치며 해 그림자 뒤로 밤이 노크하나
한구석 맘이 피해야 할 인연은 피하자고 되새김질합니다
실타래로 엉킨다면 시궁창에 처박힌 꼴뚜기로 전락하기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