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
여름을 여는 한 장의 추억
은파 오 애 숙
연둣빛 향연에 춤추며 향그럽게 피어났던 봄
봄이 아주 긴 줄 알았는 데 몇 번의 추위 끝에
장 마감한다네 좀먹을 것 같은 세월인 것 같은
그 시절 어디로 갔는지 초 다투 듯 지나간다네
시간의 파편 날개 달아 허공 이는 바람결 사이
가득 메우는 주름진 살 믿기지 않는 현실 되어
밤새 피어난 꽃잎의 화사함에 시선 멈춰 선다
봄이 한여름 태양열에 갈맷빛 옷 갈아입을 때
봄이 지나가며 휘파람 불고 산들바람 노래하며
채마밭 사이에 춤추면서 잘 익은 수박 한 덩이
잘라 한입 먹으면서 "그래, 바로 이 맛이라고!"
빛바랜 추억의 사진, 뇌리에 스쳐 가는 정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