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기진 봄
은파 오애숙
꽃 세상의 봄이 안방에도 건너편에도
거실과 뜰에도 가로수마다 만발한 봄
꽃물결이 길가에서 향그럼이 흩날린다
봄은 여인네 옷깃에서부터 시작된다고
살랑이는 물결 타고 하늘거리는 드레스
잠자던 마음을 일깨우는 한낮의 정오다
겨우내 몸속의 비타민이 부족한 탓인가
만물이 소생하는 봄인데 졸음 쏟아지네
'누워 자자'가 노래하며 낮잠 유도한다
'인생은 60부터'라 위로의 말 한다지만
아직은 몇 년 더 있어야 하는 젊은 나이
꽃물결은 고사하고 잠 물결에 푹 빠진다
꿀맛 따로 없이 자도 자도 자고 싶은 잠
아이 학교 보낸 후 자는 잠이라 누구도
간섭받지 않고 마냥 널브러져 있다가
어느 날 눈이 가로수 변 집어내 말하네
흩날리며 만개한 꽃이 향그러운 봄향에
살맛 내는 물결이, 잠맛에 허기진다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