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
가버린 사랑 뒤안길에서
은파 오 애 숙
그대가 내게 있어 따사론 햇살이나
항상 함께 있어도 그대와 한 번도
하나 인적은 없었던 기억 입니다
내가 물이 되었을 때 그대는 기름
내가 그댈 위해 기름이 되었을 땐
그대가 정령 불 되어 있었습니다
기름이 불을 만나서는 안 되었기에
기름과 물도 서로 하나 될 수 없어
서로의 갈등이 증폭되는 갈증으로
마지막 한 모금의 냉수를 바라보며
물이 기름 위하여 희생을 선언하고
기름이 불 위해 당분간 휴전했지요
세월의 흔적 속에 남겨진 잔상들이
강줄기로 흐르지 않고 고여있는 건
떠내 보낸 그대의 축 처진 어깨 위가
눈에 밟힌 까닭이기에 낙엽이 호수에
떨어져 맴돌 듯 파문이 내 안 가득해
그대 생각에 하얗게 밤을 지새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