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해 끝자락에서/은파 오애숙
심연의 거울 보면서
'그동안 참 수고했다'
나를 부추겨 세우는
인생의 해 질 녘이다
겨울 지나가면 반드시
봄은 다시 돌아오건만
인생의 겨울날이 되면
그저 무료한 인생 녘
소일거리 찾기보다는
재활을 위해 부단하게
힘쓰는 게 결코 남의 일
아닌 듯 덜컥 겁이 난다
어린 시절 툇마루 앉아
무료한 듯 하품하셨던
할머니 모습 떠오르며
그 전차 밟지 않으련다
맥도랄드에서 커피를
마시며 막연하게 하루
보내시는 어르신들이
스쳐 지나가고 있지만
내 어머니처럼 늘 책을
달고 사시던 모습 보며
이웃집 어머님 성경을
필사하시고 계시기에
인생의 봄 오지 않지만
날 위한 싱그런 봄날을
스스로 만들어 가련다
상록수 푸르름 가지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