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인연

조회 수 1999 추천 수 4 2015.08.08 16:03:48

인연

                                                      은파 오 애 숙


우리가 살아가는 동안에는 좋은 인연도 있지만

돌이켜 보면 만나선 안 되었던 악연도 있습니다

스쳐 지나가는 사람이라도 인연이라고 한다지만

그 인연 중 어떤 이는 사특함이 누굴 위한다고

안개로 창호지 만들어 땜방으로 헛방에 뚫린 문

보수하는 척하는 가증스러운 인연도 있습니다

불 보듯 뻔한 상황에 ‘벼룩이 간 내어 먹는다’고

사기 쳐 가슴에 숯덩이 만드는 인연도 있습니다


하지만 인연 중에는 생명 살리는 진귀한 보석같이

이웃을 내 몸처럼 사랑하는 성경 말씀처럼 그런 인연에

세상 살맛 내며 휘날리는 가시밭의 백합 향 맡습니다

그저, 자리 메김 질하는 게 아니라 제 몸 맷돌에 갈아

헌신의 물결로 타인의 삶에 윤활유로 여유롭게 합니다

내가 만난 인연의 그들은 나를 어떤 인연이라 여길까

생각이 심층 깊게 별들이 속삭이는 밤에 꼬리 뭅니다

삶의 고리에 향기로 인연의 꽃 피우라 메아리칩니다


내 안에 영원한 잣대로 나침판 되신 그분이 계시기에

심지가 견고한 자 되어 삶이 흔들리지 않아 다행입니다

백 세 시대에 아직 살아갈 날 많이 있다 장담할 나이지만

애잔함에 조시 쓰며 오는 순서 있어도 가는 순서 없어

떠난 친구가 벌써 손가락 열 개가 모자라는 나이입니다

뒤돌아 생각해보니 함께한 시간 동안 좋은 인연이었다고

가슴에서 써 내려가는 조시 속에 부러움이 날개 칩니다

흔들리는 나침판이 재가동되어 다행이라 메아리칩니다


사는 동안 내가 먼저 좋은 인연 되고자 다가서 보렵니다

바람결에 스쳐 갔던 인연이 아슴아슴 가슴에 물결칩니다

안개 낀 인생의 강물이 저 마치 바닷속으로 흘러가고 있으나

아직 할 일이 남아있고 내가 필요한 사람이 많이 있어

좋은 인연 내가 만들어 가자 눈을 들어 앞을 바라봅니다

인생 서녘에 황혼이 물결치며 해 그림자 뒤로 밤이 노크하나

한구석 맘이 피해야 할 인연은 피하자고 되새김질합니다

실타래로 엉킨다면 시궁창에 처박힌 꼴뚜기로 전락하기에



 






List of Articles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추천 수sort
6148 진리가 주는 자유함 [3] 오애숙 2015-10-22 2154 4
6147 수필 천연 인슐린 여주의 추억 [4] 오애숙 2015-10-08 2937 4
6146 수필 신선초와 어머니 [2] 오애숙 2015-09-24 3238 4
6145 수필 이 아침에 [2] 오애숙 2015-09-15 2150 4
6144 - (시)겨울비 -9월의 길섶(tl)/구월의 창가에서 1(tl)/구월의 향기(tl)/구월의 창가에서(tl) [5] 오애숙 2015-09-12 3086 4
6143 삶의 끝자락에서 나부끼는 공허/팔랑개비(바람개비) [2] 오애숙 2015-08-29 3297 4
6142 중독 /슬픈 현실 [2] 오애숙 2015-08-29 2140 4
6141 삶의 향기/사랑의 향기/ /옛 그림자 속에서 [2] 오애숙 2015-08-29 2018 4
6140 펼쳐지는 감사(시) [2] 오애숙 2015-08-29 2200 4
6139 미래 열어 놓은 아침/날아가는 풀씨(시)/무채색 속으로(TL0 [3] 오애숙 2015-08-29 2855 4
6138 추수의 미덕/항해하는 모티브 [3] 오애숙 2015-08-29 1887 4
6137 보배로운길/의미가 휘날리는 삶 [2] 오애숙 2015-08-29 1742 4
6136 -이 세의 길목에 서성이며- 뿌리없는 나무 [2] 오애숙 2015-08-29 1859 4
6135 약/현실 속에 나부끼는비극/선인장 꽃/코스모스 [1] 오애숙 2015-08-29 1777 4
6134 -어머니의 향기로- 어른이 되기까지 [2] 오애숙 2015-08-29 1503 4
6133 어머니의 향기로- 어른이 되기까지/ 파도 오애숙 2015-08-29 1328 4
6132 -어머니의 향기로- 어른이 되기까지 [2] 오애숙 2015-08-29 1732 4
6131 인생여정, 뫼비우스 띠 오애숙 2015-08-29 1395 4
6130 화인火印 맞은 심장/팔월의 중턱에 앉아서(tl)/팔월의 노래 2 (TL) [5] 오애숙 2015-08-13 1938 4
6129 썩은 동태 눈깔 [2] 오애숙 2015-08-13 9817 4

회원:
30
새 글:
0
등록일:
2014.12.07

오늘 조회수:
37
어제 조회수:
65
전체 조회수:
3,121,711

오늘 방문수:
34
어제 방문수:
51
전체 방문수:
996,08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