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월에 생각나는 가족의 소중함
김용현/언론인
8월은 가족 간에 만나고 헤어짐이 많은 달이다. 방학을 맞은 학생들이 한국으로 할아버지 할머니를 만나러 갔다 오기도 하고 또 한국에 사는 형제자매들이 미국으로 방문을 많이 오는 것도 8월이다. 그리고 이달 하순에는 기숙사로 들어가는 학생들, 특별히 처음으로 대학생이 되면서 부모 품을 떠나 는 자녀가 있는 가정은 더욱 애틋하고 분주한 달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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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때문에 가족은 대체 우리에게 무엇이고 가정은 또 어떤 것이어야 하는지를 새삼스레 돌아보게 하는 달이기도 하다. 여러해 전 ‘크레이머 대 크레이머’ 라는 영화가 있었다. 더스틴 호프만과 메릴 스트립이 주연했던 이 영화는 세상에서 가장 중요한 가치는 남편이 회사 일에만 파묻혀 사는 일도 아니며 부인이 자기의 삶을 찾겠다고 집을 뛰쳐나가는 것도 아니라, 바로 자녀와 가정이라는 사실을 일러주는 감동적인 가족드라마였다.
1984년 대통령선거에선가, 공화당의 로널드 레이건 후보가 미국의 전통적인 가족가치의 복원을 선거캠페인으로 들고 나와 큰 호응을 얻은 적이 있었다. 산업화와 시장경제 사회에 적응하느라 사람들이 물 불 가리지 않고 밖에서만 열심히 사는 동안 가족의 유대감은 점차 균열되고 가정은 해체의 위기를 밟고 있던 시기였었다. 그래서 당시 가족의 가치를 되살리자는 주장은 상당히 설득력이 있었고 그 필요성은 지금도 유효하다고 하겠다.
이민사회에서는 더욱 그렇다. 전통적인 가족중심의 사회에서 뼈가 굵은 이민1세들이 서구의 개인 중심적 가치관과 핵가족 사회에 옮겨와 겪은 혼란은 말 할 수 없이 컸다. 자녀들의 핵가족중심 가치관까지는 이해한다 하더라도 독신자녀와 이혼가정, 저 출산의 증가, 거기에다 동성결혼의 합법화까지 보고 있어야 하는, 그야말로 총체적인 위기의 가정을 체험하고 있는 것이다.
지난 달 남미의 에콰도르를 방문했던 프란치스코 교황은“가족은 가장 가까운 교회이자 어린이들의 첫 번째 학교이며 나이든 이들에게는 최고의 안식처”라고 말하면서 가정이라는 최상의 사회적 자본(Best Social Capital)을 결코 다른 기관이 대신할 수 없다고 역설했다. 혼란과 불확실한 세상에서 가족을 삶의 최우선 순위에 두자는 것은 매우 중요한 지적이다. 통계를 봐도 사랑이 넘치는 가정 안에서 서로 아끼고 배려하며 자라난 자녀들이 밖에 나가 전혀 다른 사람이 될 확률은 극히 적은 것으로 나타난다.
멀리 떨어져 살고 있어도 가족 간에 자주 만나고 소통하며 지나는 노력이 있어야 하지만 그게 말처럼 쉬운 일은 아니다. 우리 집에는 동부에 사는 딸아이가 결혼 9년 만에 어렵게 얻은 생후 8개월의 아들을 데리고 첫 번째 외가집 방문이라며 찾아 왔었다. 그 기회에 LA에 살고 있는 아들네 두 손주를 합쳐 모두 9 명의 가족이 부모님 산소도 찾고 가족사진도 찍으면서 이민생활에서 모처럼 대가족의 추억을 재현해 볼 수가 있었다.
-가볍게 이는 미풍에도/ 훈훈한 정이 가득/ 세미한 음성에도/ 메아리치는 사랑의 달/ 둘러앉은 밥상에/ 식구들의 웃음소리/ 울 허물고 밖으로 번져/하늘과 땅을 채우고- 석정희 시인의‘울 허물어 웃음소리 번지게’라는 시의 한 구절이다. 그런데 거의 같은 시기에 오랫동안 투병해오던 가까운 친구의 부음을 접한다. 누구보다 다정한 부부였고 화목한 가정이었는데-- 남편을 떠나보내는 부인의 마음속에는 지금 얼마나 큰 비감(悲感)이 오가고 있을까. 친구는 갔지만 하루 빨리 그 가정에 아픔의 울이 벗겨지기를 바랄 뿐이다.(이 글은 8월21일자 LA중앙일보에 '가정이 교회다, 학교다' 라는 제목으로 게재됨)
홈페이지 개설을 축하하면서
석정희 선생의 시<울 허물어 웃음소리 번지게>를 인용한 제 컬럼을 올려 드립니다.
좋은 시를 잘 못 사용하지는 않았는지--- 만일 그렇다면 용서해주시기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