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제

조회 수 2698 추천 수 0 2016.08.31 00:33:10

겨우내 덤불에 갇혀

기죽여 있던 그님이

새털옷입고 봄전령사로

인사하러왔던 게 엊그제


허나 갈맷빛 향그럼으로
제 세상 되어 맘껏 휘날리다
샛별 속에 피어나고 있어
이슬 머금고도 숨이지는 몸

숨 한 번 크게 내쉬어도
발 디딛고 물러설 줄 모르다
물러서거라 고함치지 않아
윙크하는 흰 구름 속 잠자리

가을창에 휘파람 불며
오색찬란한 햇과일에
매료되나 허상에 불과한가
생각이 동면될까 곧추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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