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유년이 다가서니 뒷뜰이 휭하다
지난 봄 싱그러운 새싹에서 화려한 꽃들의 미소로 정점인 여름까지는 적어도
뒷뜰은 천국이었다
어둠을 타고온 계절은 차가운 미소로 뜰을 천천이 돌아보며 죽음에 색깔로 물들여갔다
지워져 가는 세월 속 어느 일요일 오후
빨간 고무 장갑의 손이 무차별 적으로 뒷뜰을 할퀴고 쓸어 가니
그 무성했던 푸른 삶들이 흔적도 없이 사라져 갔다
영혼이 있건 없건 형체가 없으니 추억만이 그림자되어 엉키어 있는
뒷뜰이 계절을 삼키어 간다
아내는 말끔히 치워진 뒷뜰에 미소를 보낸다 속이 다 시원한 모양이다
우리집 작은 뒷뜰은 언제나 나를 반겨준다
마음이 울적하거나 기쁠때나 그 작은 공간에서 계절을 멋지게 연출한다
살아 있으면 푸르러서 좋고 치워 놓으니 깨끗해서 좋아보이는 것처럼
인간도 그러면 얼마나 좋을까
세월은 밀고 당겨 끊임없이 새로운 인연을 만들고 지워가면서
때론 꿈같은 사랑도 더러는 슬픈 사랑으로 인간의 가슴에 색채를 입혀 놓아
노래로 시로 소설로 수없이 가꾸고 다듬어 만들어 낸다
정작 내가슴에 담아둔 사랑은 얼마나 될까
한갑자의 뒷편이 궁금하여 펼쳐보니 청춘은 늘 가슴에 머물러 있었지만
사랑의 흔적이 희미하다
흔적도 없이 사라진 뒷뜰의 푸르름
내 삶도 언젠가는 우리집 겨울철 뒷뜰처럼 이세상에서 깨끗이 치워질것이다
푸르름은 언제나 싱그러운 사랑처럼
아직은 내 삶도 가을이듯하지만 푸른 청춘도 군데 군데 묻어 있어 나름 가꾸면 다시 무성해질듯 하다
자연의 순환에서
봄이오면 새 생명들이 뒷뜰을 다시 꾸미고 가꾸어 사랑에 향기를 가득 품을 것이다
한 갑자 돌아온 시점에서 나에 봄을 남아 있는 세월속에서 찾아내
내가 떠난 후 세상을 방랑하는 사랑을 품은 바람이 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