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시고기
은파
아버지께서는 언제나 제게 자상하셨지요
때론 할아버지처럼 등을 토닥토닥이셨고
때로는 할머니처럼 먹을 것 챙기어주었죠
언제나 저에게는 흔들림 없는 우듬지처럼
연두 잎새 위에 이슬처럼 진액보약 되었고
한여름 쬐약 볕에도 숲이 되어 그늘 되었죠
어떤 이는 태산 같은 존재라 멀찍이 있으나
저에겐 언제나 어머니품 같이 따사로웠기에
봄햇살 살랑이는 상큼하고 싱그런바람이었죠
여우비처럼 봄을 깨워 파아란 희망 주시며
어깨가 무너져 내리고 허리가 휘어 내려도
널따란 들판 향해 마음껏 달리라고 하셨죠
세상에 태어나서 아버지란 그 이름만으로도
행복하시던 아버지께선 그리 사시기 위해
메마른 가지마다 햇살로 연초록 구워내셨죠
중년의 버거운 짐에도 인상 한 번 안 쓰시고
막내를 낳고 식물인간처럼 십여 년을 사신
어머님 대신하여 기꺼이 가시고기로 사셨죠
세월의 바람 휘감고 열두 고비 넘으시면서도
촛불 밝혀 촛농이 되시고자 불 켜시는 희생에
이 아침 한 송이 붉은 카네이션 달라 드립니다
이제는 제가 사막의 태양앞에 그늘 되고자 하며
폭풍의 언덕에도 든든한 버팀목 되고저 하오니
한恨 시름 다 접고 이생에 있는 동안 편안하소서
2017년 5월14일 어버이 주일
세째 딸 올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