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들과 함께 학교 가던 길목

조회 수 1450 추천 수 0 2017.07.30 01:03:57
아들과 함께 학교 가던 길목

                                                                                                                                     은파 오애숙

 한여름의 땡볕이다. 
아들은 작열 하는 태양열에 무더우나 상쾌함이 속삭이는 날 이란다. 

 이유는 큰아들이 고등학교 입학하기 위해 마지막 오리엔테이션으로 예비 교육 받는 날이기 때문이다. 우리는 두어 시간 전에 아들과 함께 부지런히 준비하고 현관을 나섰다. 하지만 엄마의 마음은 찹찹한 마음이다. 이유는 집과 학교 거리가 멀기 때문이다. 엄마의 마음에서는 ‘이 먼 거릴 어찌 다니나……걱정이 꼬리를 물지만 망설임도 없이 전철로 향한다. 모처럼 전철을 함께 탔다. 

 만약 버스 노선으로만 간다면 족히 두어 시간 걸리는 거리라 싶다. 전철로 들어서서 지켜보니 에스컬레이터가 내려갈 때에 정신없이 뛰어가는 젊은이들로 활기가 넘쳐 온다. 바쁘게 산다는 것은 부정적인 측면에서는 정신없게 사는 것이다. 하지만 긍정적인 측면에서는 실업자가 많은 이 시대에 그만큼 할 일이 산재 되어 있기에 행복한 비명이라 싶다. 

 전철 안에 오르니 백인은 가뭄에 콩 나듯 하나, 라틴계와 흑인종이 물결친다. 간간이 책 보는 이가 있으나 거의 모두 스마트폰에 열중으로 게임과 음악에 몰입 중이다. 아들도 예외가 아니기에 걱정이 앞서나 몇 정거장 가면 내려서 버스로 갈아 타야 되기에 다행이다. 요즘 들어 아들이 스마트폰의 악영향으로 마음이 강퍅 해져 가고 있다. 예전처럼 타인 중심의 맘이 아니다. 

 어린 시절에는 자기보다 남을 더 생각했던 아들인데 자기중심적으로 이타적으로 변해가고 있다. 하나밖에 없는 동생에 대한 사랑도 희미한 안개 길에 들어서 있다. 게임 자체가 점점 사람을 피폐하게 만들어 가고 있다. 심각한 사회 문제라 싶다. 어찌 내 아들 뿐이겠는가 모두가 늪인지 모르고 한 발 씩 빠져들어 가고 있거나 빠져있다. 

 수렁이라는 걸 알면서도 재미로 하다 빠져나오지 못한 것 같다. 학교를 오가는 내내 [싯다르타]가 아른거린다. 싯다르타는 여고 시절에 읽었던 헤르만 헤세의 작품이다. 귀족계급인 싯다르타, 우연히 마을을 마실 나갔다가 부랑자를 보게 되고….사문의 길을 걷다가 재미로 했던 게 도박꾼이 되고…. 너무 오래전에 읽었던 소설이지만 내 인생의 획을 그었던 소설 중에 한 권이다. 

 학교생활이든 사회생활을 하다 보면 여러 사건을 통해 쉽게 삐질 수 있는 여러 사건이 있다.  우리에겐 도박도 접할 기회가 많고 술을 접할 기회도 많이 있다. 특히 예전에 신입 사원들 관리 할 때면 으레 가는 회식 자리! 하지만 그때마다 [싯다르타]가 떠올랐던 기억이다. 그 기억들이 부메랑 되어 다시 가슴에서 메아리쳐 온다. 

 내가 사는 미국 사회도 너무 많은 유혹이 도사리고 있다. 주 중에 두어 차례 상점 근처에 라스베이거스로 가는  버스가 대기하고 있다. 오가는 거리와 호텔 숙박까지 모두 무료라고 하니. 얼마나 큰 유혹인가! 이곳에서 학교 다닐 때 공휴일에 학생들이 라스베가스에가서 재미로 가서 게임하다 몇 달 생활비를 잃어 친구에게 빈대처럼 붙어 지내던 이들도 있었던 기억이다.

  아직도 이곳은 유혹이 넘실거린다. 몇 년 전부터 한인회 축제 기간에는 카지노에서 나와 학생에게 까지 50달러의 카드를 주며 게임하러 오라고 유도하는 곳이 미국이다. 그것도 한인 축제장에서. 공식 자리 가장 좋은 중심부를 사서. 가방, 모자, 썬그라스.. 각종 선전물로 유혹하며 카드와 함께 나눠주고 있었다. 한인 사회가 어찌 되려나!  몇 천불에 지탄을 받고 있어 걱정이 앞 섰다.


 공짜라면 양잿물도 좋아하는 민족이 우리 한민족이다. 그것도 50달러 카드를 여러 개 가지고 있으니. 정한 날까지 게임을 그냥 할 수 있어. 땡 잡았다고 좋아라 하고 있으니.... 이 또한 얼마나 커다란 유혹이겠는가! 어떤 이는 재미 삼아 하던 게임에 집까지 말아 먹는 경우가 부지기 수라고 한다. 그것도 한인들이……. 이민 초기, 얼마나 힘에 버겁게 재산을 모은 것인가. 한국 인민사가 기억에서 회 돈다.

 나 역시 아주 오래전이지만 예외는 아니다. 라스베이거스에 갈 기회가 있었다. 하지만 게임을 하진 않았다. 그곳에 있는 온천과 산야를 돌아봤던 기억이다. 나의 큰아들이 게임을 너무 좋아해 늘 마음이 걸린다. 혹여 버스 안이나 전철 안에서 게임에 빠져 허우적거리고 있지는 않을까…. 생각 속에 걱정으로 머리를 어지럽힌다.  학교 오리엔테이션이 끝나고 이번에는 버스를 타고 왔다. 

 피곤에 지친 까닭에 쳐 방향 감각을 잃었다. 내리는 곳을 지나쳐 두어 시간도 훨씬 넘게 걸렸다. 예상 대로다. 
몸과 맘이 만신창이나 집에 와서도 내내 [싯다르타]가 가슴으로 오롯이 휘날리는 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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