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화

아동 조회 수 339 추천 수 0 2018.06.27 05:41:39
꽃집 아줌마

  봄이 왔습니다. 한겨울 언 땅이 눈부신 봄 햇살 속에 기지개 켭니다. 사람들의 옷차림도 기지개 켰습니다. 겨우내 입었던 두꺼운 오버나 잠바를 벗어 던졌습니다. 굴속처럼 깜깜한 고치에서 나와 날개 치는 나비가 훨훨 날아다니듯 발걸음이 가볍습니다.  

  주말이 되어 엄마와 오빠 그리고 나는 봄나들이 차림으로 오랜만에 마켓을 향합니다. 마켙은 횡단보도 건너편에 있습니다. 오랜 만에 나왔더니 마켙 옆에 꽃가게가 생겼습니다. 하지만 봄을 파는 아줌마인데 아직 한 겨울입니다. 아줌마는 아직도 한겨울 털옷을 입고 있네요. 

“엄마, 저 아줌마는 왜 아직도 겨울옷을 입고 있어요?” 아름이가 어머니께 묻습니다.
“왜긴, 밖에 나와 지나가는 사람들에게 꽃을 팔려면 감기 걸릴 수 있으니까 따뜻하게 입는 거지.” 어머니께서 대답하기도 전에 오빠 다름 이가 대신 답변합니다.
“오빠가 엄마야?” 동생 아름이가 다름이 오빠에게 한마디 합니다. 어머니께서는 빙그레 웃으시면서 말씀하셨습니다. “아무렴 누가 대답하면 어떠니, 바른 대답인 걸...” 

  그러고 보니 아줌마는 꽃집 밖에 나와서 지나가는 사람들이 꽃을 사주길 간절히 바라고 있었습니다. 빨간 장미, 분홍 장미, 하얀 장미, 안개 꽃, 개나리, 버들,.. 여러 종류의 꽃들이 꽃바구니에서 환하게 웃고 있으나 유난히 붉게 핀 빨간 장미가 아름답게 보였습니다.

“오빠! 엄마에게, 장미 꽃 한 송이 사 달라고 할까.”
동생이 오빠에게 소곤소곤 말했습니다.
“돈이 아깝게 뭐하게 장미꽃 한 송이를 사냐?”
옆에서 듣던 오빠가 입술이 오리처럼 툭 삐져나오며 반박했습니다.
“그래도 꽃은 예쁘고 향기가 좋잖아. 
우리 봄나들이 나 왔잖아. 으~응, 오빠야”
하지만 오빠는 뜻을 굽히지 않습니다.
“야, 꽃을 산다면, 엄마가 먹고 싶은 초코케이크를 사주겠냐. 
바닐라아이스크림을 사주겠냐.”
오빠는 잔소리 말고 가만있으라고 울구락불구락하며 얼굴을 찌그립니다.
동생 아름 이와 다름 이는 이란성 쌍둥이여서 친구 같았습니다. 둘이는 늘 말로 토닥거립니다. 토닥거리는 사이 꽃집에 다 달았습니다. 마켓으로 가려면 꽃집을 거쳐야 했습니다.  

  꽃집 아줌마는 여전히 밖에서 서성이고 있었습니다. 지나치는 손님에게 한 송이 꽃이라도 더 팔려고 꽃을 내미시고 계셨던 것입니다. 하지만 마켓으로 들어가는 손님은 “장 보고 나서요”라고 손사래 치며 본 척도 않고 횅하니 들어갔습니다.  장보고 나오는 손님 역시 “오늘은 너무 물건들을 많이 사서 꽃 살 여유가 없네요.”라며 지나쳐 버렸습니다.

  엄마도 꽃집 앞에 오자 걸음이 빨라지면서 “야야, 빨리 가자. 엄마가 이것저것 사올 테니 30분 후에 분수대에서 만나자.”라고 하시며 뒤도 돌아보지 않고 마켓으로 들어가셨습니다.

  꽃 파는 아줌마는 여전히 바삐 움직이며 꽃을 권했습니다. 그러다 아름 이와 눈이 마주쳤습니다. 아름 이는 ‘이때다’ 생각 되어 아줌마에 묻습니다.

“아줌마 이 빨간 장미 한 송이 얼마예요.” 
하지만 아줌마는 아름이 질문에는 관심이 없는 듯 눈을 돌려서 계속 지나가는 손님에게 꽃을 내밀었습니다.

하지만 아름 이는 또 다시 묻습니다.
“아줌마 이 빨간 장미 한 송이 얼마냐고요.”
이번에도 모른 척 했습니다.

보다 못한 오빠는 꽃집 아줌마에게 따지듯 입을 엽니다.
“아줌마, 내 동생 ‘한아름’ 이에게 장미꽃 한 아름 가슴에 안겨 주고 싶지만. 지금 제가 돈이 없어 그렇게는 못해도 한 송이 장미꽃 못 사주겠어요. 얼마냐고 묻는데, 왜 말씀을 안 해 주세요.”

피아노 음이 도래미파솔라시도 올라가듯 오빠 소리가 점점 올라갑니다.
“말해주면 뭐 하꼬. 네가 돈이 있다고 해도 이 장미 꽃 한 송이 살 맘 있는 겨?” 꽃 집 아줌마는 눈 꼬리를 추켜 세우며 콧방귀 뀌듯 말했습니다. 다름이 오빠는 꽃 파는 아줌마의 말에 더 화가나 동생 편이 더 되어 말했습니다.
“그래도 그러시면 안 되시지요. 동생이 이 장미꽃을 얼마나 사고 싶어 했는지. 아줌마는 모르시잖아요.”

  꽃 파는 아줌마는 오빠 다름 이가 잘못된 점을 지적해도 너희들하고는 상대하기 싫다는 뜻으로 고개를 휑하니 돌려버렸습니다. 그리고는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 아줌마는 계속 오가는 손님들에게 꽃을 들이미셨습니다. 

아름 이는 이러다가 오빠가 아줌마와 싸우겠다 싶어 티셔츠 끝을 잡아 끌어 당겼습니다. 
“오빠, 엄마가 기다릴지도 몰라, 빨리 가자.”
“너는 저 아줌마가 우리가 어리다고 무시하는 걸 보고도 그냥 가냐?”
“하지만 돈이 없잖아. 돈이 없는 걸 뻔히 아시고 그런 걸 거야.”

아름 이는 아까와는 다르게 아줌마를 변호하고 있었어요.
“야, 너는 화도 나지 않냐!”
“화가 나지만 아줌마도 지쳤을 거야, 오빠도 봤잖아. 횡단보도 건너기 전부터 지금까지 한 사람도 꽃을 산 사람이 없었어. 오히려 사람들은 꽃 파는 아줌마를 귀찮아했어. 그러니, 아줌마가 얼마나 힘이 들었겠어. 아줌마가 우릴 무시하는 것이 아니라. 그럴만한 마음에 여유가 없는 거라고.”
“하지만 우릴 돈도 없는 땅 꼬마라고 분명 무시 한 거라고!” 오빠, 다름 이는 씩씩거리며 아름이 보다 한 발 앞서 마켓 안으로 들어갔습니다.

꽃집 아줌마도 그 모습에 조금은 미안한 듯 꽃집 안으로 들어갔습니다. 가만히 생각해보니 정말 꼬맹이 말이 맞았습니다.

  어머니께서는 장을 다 보시고 장바구니에 싣고 계산대 앞에서 계산하려고 줄 서 있었습니다. 꽃집 아줌마와 옥신각신한 시간에 벌써 장을 마치신 거였습니다.

  분수대 건너편 빵집에서 오빠, 다름 이는 꽃집 아줌마가 아름 이를 무시했던 이야기를 얼굴에 잔뜩 화가 나 씩씩대며 이야기 했습니다. 어머니께서는 빙그레 웃으며 “다름이 말도 맞고, 아름이 말도 맞다. 엄마가 아까 너희들이 옥신각신하며 이야기 하는 걸 듣고 사왔지.” 어머니께선 프라스틱 양동이 속에서 뭔가를 꺼내셨습니다. 
“짜~자잔, 이것이 뭘까요.” 
꺼내 신 것은 빨간 장미 꽃봉오리 다섯 개 핀 화분이었습니다.
“야, 신난다.”옆 자석에 있던 할머니께서도 그 소리에 깜짝 놀라 포크를 바닥에 떨어뜨렸습니다.
아름이도 놀란 토끼 눈처럼 동그란 눈이 되었습니다. ‘한 송이 빨간 장미 꽃 사고 싶다고 할 때는 얼굴을 울그락불그락 거리며 찌그리던 오빠가 가장 신이 나 있습니다.

“아이참 재미있을 시간 왔군요. 벌써 갈 시간이 돌아 왔군요.” 노랫말을 만들어 흥얼거리더니.
“엄마, 고맙습니다. 빨리 집에 돌아가요.”라고 말하는 표정에 입 꼬리가 귀에 달린 듯 달덩이처럼 환하게 웃는 모습이었습니다. 어머니께서는 “아니, 돈이 아깝게 왜 사 달라고 하냐고 할 때는 언제고 제일 먼저 좋아하네. 아무튼 주문한 빵이나 먹고 가자.” 하지만 오빠 다름 이는 빵을 한 개만 집어서 먹더니, 집에 가서 먹자고 재촉했습니다. 그리고는 “누나, 투고 박스에 남긴 빵 넣어 주세요.” 라고 했어요. 엄마와 아름 이는 할 수 없이 빵집을 나왔습니다.

다른 때 같으면 빵을 먹고 나면 언제나 아이스크림을 먹고 싶어 했던 다름이었습니다. 하지만 오늘은 다른 날과 달라서 엄마와 동생 아름 이는 고개를 갸우뚱 거립니다. “엄마, 오늘 오빠가 좀 이상하네. 그치요.” “그래, 네 말대로 오빠가 이상하다. 하지만 가자고 하니, 오빠와 먼저 가거라!”엄마와 아름 이는 오빠 다름 이의 행동에 의아스럽게 생각되어 고개를 갸우뚱거렸습니다. 하지만 어머닌 한 가지 더 살 것이 있으니 먼저 가라고 하였습니다. 

아름 이와 다름 이는 빵집을 나왔습니다. 마켙 현관문에 다 달았습니다. 여전히 꽃 집 아줌마는 한 송이 꽃이 라도 더 팔려고 지나치는 모든 분들에게 꽃을 내밀었습니다. 하지만 여전히 손사래 치며 고개를 돌렸습니다. 오빠, 다름 이는 아름이보다 한 발짝 더 먼저 앞서 꽃 집 앞에 다다르자 멈추어 서서 꽃집 아줌마 앞에 화분을 내밀었습니다. 그때, 이었습니다. 오빠가 당당하게 내민 장미 모종 보고는 홍 빛 띤 미소로 다정하게 아름 이를 불렀습니다.
“아름아, 이 꽃다발 받아주렴, 너를 위해 포장 한 거란다.” 
좀 전에 행동과 백팔십도로 바꿔진 꽃집 아줌마의 모습이었습니다. 아름 이와 다름 이는 꽃집 아줌마의 모습에 깜짝 놀랐습니다. 
“좀 전에 네가 어리다고 대답해 주지 않은 것 미안하구나. 반성하는 마음으로 준비한 꽃이란다. 자 받아라.” 아줌마는 아름 이에게 빨간 장미 한 아름을 가슴에 안겨 주었습니다.

뒤에서 뒤 좇아 오시던 어머니께서도 그 모습을 보시면서 감사의 표시로 포장한 빵을 답례 했습니다. 

아름 이는 장미 한 아름 가슴에 안고 걸으면서 고개를 꺄우뚱 거렸습니다. “어, 어떻게 내 이름을 한 번 듣고 기억하셨지.” 종종 걸음 뒤에서 다름 이가 입을 열었습니다. 역시! 꽃집 아줌마 자격이 있으셔. 네 이름이 한 아름이니까. 내가 그렇게 꽃 집 아줌마에게 따졌잖아. 내 동생 한 아름이가 장미꽃 한 아름 가슴에 안고 행복해 하는 모습을 그려 본 걸 거야. 역시....

어머니도 고개를 끄덕거리셨습니다.

  엄마와 꽃집 아줌마는 그 때부터 둘도 없는 친구가 되었습니다. 아름 이와 다름 이도 꽃 집 당 골 손님이 되었습니다. 이제 꽃집 아줌마는 더 이상 털  옷을 입지 않으셔도 됩니다. 밖에 서성이면서 꽃을 사라고 안 해도 손님들로 넘칩니다. 꽃 집 아줌마의 상냥한 마음씨가 봄을 파는 향기로운 꽃냄새로 바뀌어 갔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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