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러기

수필 조회 수 338 추천 수 0 2018.09.13 04:00:26
10월의 창이다. 조석으로 차가운 바람이 휘모라 친다.
머지않아  겨울의 한파가 몰아치겠지. 잠시 조국의 겨울에 담금질 해 본다.
젊은날 한겨울의 길섶. 추억의 강가 거닌다. 영하를 맴도는 추운 겨울이다. 제 2한강교를 건너 마포대교 쪽으로 향한다.  칼날의 예리한 강바람이 사회 초년생 햇병아리 종아리를 할퀴고 휘 돈다.  스스로 C자가 되어 움츠러드는 몸, 손은 보호 본능이 발동하여 남의 이목도 무시한 채 호주머니로 들어간다. 이에 뒤 질세라 종종 걸음이 따발총 되어서 목적지 향하던 그 시절이 지천명 고지에서 눈에 선하다.
이맘때쯤이면 신문지 상이나 TV 화면에 등장하는 철새가 있다. 서울 근교 일산과 김포의 한강 주변에 기러기나 오리 같은 철새들이다. 겨울철새들은 겨울을 나기 위해 북쪽 먼 시베리아 지역에서 수천㎞를 날아 한반도로 피신 온다. 한반도로 날아오는 이유는 겨우내 시베리아가 얼어붙어 물도 먹을 수 없다. 뿐만 아니라 땅도 눈으로 뒤덮여 먹이를 찾을 수 없다. 그 이유로  매년 10월이면 남한 최북단인 강화갯벌을 통해 우리나라로 들어와  남하하면서 겨울을 나고 이듬해 2월쯤에 다시 돌아간다고 한다. 
철새들 중 기러기는 신비한 이미지가 있다. 겨울 하늘에 수놓는 V자 대형의 날개 짓이다.
그 이유로 철새의 대명사로 각인되어 있는 덩치 큰 기러기 무리들. 기러기가 비행할 때  V자 대형의 날개 짓은 기러기만의 지혜와 철학이 숨겨져 있다고 한다. 이유는 기러기 무리가 비해하는 데에는  에너지를 아껴 결과적으로 더 먼 거리를 날아가기 위한 것이란다. 대형의 선두에서 나는 기러기가 거친 맞바람을 가르면 뒤따르는 기러기들은 앞서 갈라진 바람의 양력을 이용하여 상대적으로 적은 에너지로 먼 거리를 비행할 수 있다. 실제로 외국의 한 연구팀은 25마리의 철새가 V자 대형으로 무리지어 비행하는 것이 홀로 비행하는 것보다 약 70% 더 멀리 날아갈 수 있다는 걸 알아냈다. 문제는 누가 힘들고 위험한 V자 대형의 선두를 맡느냐이다.


철새 중에는 겨울 하늘에 수놓은 듯 신비한 ‘V자 대형’으로 무리지어 날아가는 덩치 큰 철새가 있다. 바로 우리와 친숙한 기러기이다. 기러기가 V자 대형으로 비행하는 데에는 기러기만의 지혜와 철학이 숨겨져 있다. V자 대형의 비행은 기러기 무리가 비행하는 데에 소모되는 
 

왜냐하면 선두에서 나는 기러기는 거친 맞바람을 가르면서 비행해야 하므로 에너지를 가장 많이 소모하고 피로해져 병이 들거나 천적의 위험에 노출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이와 관련해 과거에는 무리 중 힘이 센 리더그룹 기러기가 선두에서 날면서 무리를 리드하는 것으로 알려졌으나, 최근의 연구결과에 따르면 무리 구성원 전체가 공동으로 번갈아가면서 선두자리를 분담한다고 한다. 또한 선두에 선 기러기에게 힘을 북돋아주고 일정한 비행속도로 날아달라는 의미로 뒤에 선 기러기들이 번갈아가며 구령도 붙여 준다고 한다. 이를 보면 동일한 사회적 목표를 달성하기 위한 기러기 무리의 지혜와 협동심은 가히 인간사회의 그것을 능가하는 것이 아닌가 싶다. 

기러기 무리의 V자 대형 비행은 기러기 간의 의사소통과 통제를 더욱 쉽게 하기도 한다. 앞에 닥친 상황에 따라 10여개의 서로 다른 소리를 내어 의사소통을 한다고 한다. 이는 전투기 편대가 V자 대형 비행을 하는 이치와 같아서 먼 거리를 비행하면서 비행의 효율성과 무리의 안전을 확보하는 데에 중요하다. 그래서 비행 중 위험이 닥치면 이를 다른 기러기들에게 알리고, 간혹 무리에서 대형을 벗어나는 기러기가 생기면 다른 기러기가 다가와서 쪼아대거나 야단치는 등 미물인 기러기도 나름대로의 의사소통과 사회적 통제시스템을 갖고 있는 것이다.  

기러기는 먼 거리를 비행하다가 간혹 쇠약해지거나 병에 걸린 기러기가 생기면 그 기러기가 속한 가족 또는 동료들은 무리에서 함께 이탈하여 낙오된 기러기를 돌보고, 이후 원기가 회복되면 다시 함께 이동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기러기의 이런 생태를 보면 우리 사회를 이끌어 나가는 데에도 사회 전체 구성원의 협동과 적극적인 참여가 중요하고, 소수의 리더그룹에 의한 선택과 결정이 아닌 사회 구성원 전체의 다양한 의견들이 소통되고 이를 하나의 사회적 총의로 녹여내 재생산하는 지혜가 필요하다고 하겠다. 또한 현재 우리 사회에 팽배한 이기주의를 타파하고 사회 구성원 모두가 남을 먼저 배려하는 분위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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