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 덮인 하얀 언덕 위에서

수필 조회 수 357 추천 수 0 2018.12.03 07:12:19

눈 덮인 하얀 언덕 위에서/은파


그녀는 겨울을 좋아 한다. 그 이유는 하얀눈이 너울너울 춤추며 살며시 윙크하기 때문이다.


기억 너머 어린시절 눈 덮인 설경, 지금도 또렷이 떠 오른다. 파주의 친척집에 간적이 있다. 그곳에서 잠자고 일어나 커튼을 거뒀는데 그때의 아름다운 설경을 아직도 잊을 수가 없다. 밤사이 함박눈이 하얗게 내렸다. 눈 덮인 하얀 언덕, 그 아름다움에 넋 놓았던 기억이다. 그 이후부터 겨울이 돌아오면 설레였다. 하지만 엘에이에서는 눈을 좀 처럼 볼수 없었다.


다행히 빅베어에 가서야 눈을 볼 수 있었다. 하지만 시간 상 볼 수 없는 세월, 눈이 보고파 그리움의 물결 파고 칠 때가 손가락으로 헤아릴수없이 많았다. 지금 살고 있는 곳은 겨울에 눈이 오기에 다행이다. 겨울이 추워도 영하 2도 정도로만 내려간다. 아주 추운 곳이 아니라 언제까지 살게 될지 장담할 수는 없지만 내가 살기에는 아주 좋은 곳이 싶다.


LA에서 십수 년 동안 살다가 이곳 Bakersfield에 와서 작년 겨울 아무도 가지 않는 눈 덮인 언덕을 물끄러미 보고 있는데 사람들이 지나가더니, 갈지자가 되어 거미줄을 만든다. 하얀 언덕 위의 하얀길 하나 둘 생겨나는 발자국이 문득 우리네 인생길처럼 보였다. 아마도 얼마 전에 읽었던 시 [눈길]이라는 시 때문이라 싶다.


어찌 이리도 뽀얀가/ 하늘 향그럼 휘날리는 /눈덮인 12월 길섶// 언덕 위의 하얀길/하나 둘 생겨나는 발자국/ 거미줄 엉키고 있네// 우리네 인생 길도 /태어날 때엔 깨끗했던/ 흰 도화지였었지// 겨우 걸음마 배우며/ 생각 커져 어느 날부터인지/ 발자국 남겼던 행동파// 어지러운 세상 속에 /함께 거미줄에 얽히어 /지우고 싶은 간절함//회심 끝에 얻어진 창조  /아름다운 생애 속 슬은 맘 /눈부신 인생비문 이어라 (시-눈 덮인 언덕이 보이는 창가에서(전문) 본인의 졸작


이젠, 늘 겨울이면 설경속에 물결로 일렁이던 눈에 대한 그리운 마음도 사라졌다. 하지만 살아 온 내 인생을 뒤 돌아 보니, 참으로 기구한 인생이었다. 공무원 연수로 미국에 온 개기가 되어 모든 것 접고 미국으로 와서 갖고 있던 3채 집도 아이들 학비로 다 날려 보냈고, 올해 큰 아들까지 가슴에 묻어야만 했다. 잘 나가던 내 인생, 눈 덮인 폭풍의 언덕에 집을 진 것이다.


아직 마음, 다 추스러 지지 않았다. 하지만 언제까지 아파해야 할 것이며, 백세 시대로 가는 길목 언제까지 가슴에 묻고 살겠는가. 왔던 길로 다시 돌아가야 하는 게 우리네 인생인 걸. 눈 덮인 언덕에 수많은 사람들이 저 마다의 발자국을 남기고 가는 것이 인생인데. 중요한 것은 인생길 뒤 돌아 보며, 다시 올곧게 가는 것이 중요하다 싶은 마음이다.


바람이 분다. 하얗게 눈 덮인 언덕 위 거미줄로 얽히고 설킨 발자국의 언덕. 다시 하얀 언덕으로 보인다. 올해 그녀 나이 육십이다. 많은 사람들이 백세시대로 간다고 신종언어가 언제부터 인지. 생겼다. ‘인생은 육십부터’라고. 그렇다! 절망은 없다. 다시 일어서자며. 아직 남은 인생길, 아직 가지 않아 하얗게 눈 덮인 언덕길 새롭게 발자국 찍으며 백세 향해 걷고자 한다.


다행이다. 그녀가 좋아 하는 하얀 눈이래서. 그녀 마음속에 간직한 미래를 그 위에 스케치 하며 걷고자 하기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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