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칩

수필 조회 수 600 추천 수 0 2018.02.19 16:28:06
경칩/은파 오애숙

야호! 3월의 창가다. 경칩 앞에 서니 완전한 봄이 한걸음 앞으로 다가 온 것 같다. 
새가 창문 밖에서는 지지배배 노래하고 들판은 연초록 옷 입고  실바람에 살랑살랑 흔든다. 
 
문득 어린 시절 불렀던 동요가 자연스럽게 나온다. “엄마 엄마 이리와 요것 보세요. 병아리 떼 종 종 종 몰고 간 뒤에 미나리 파란 싹이 돋아 났어요. 미나리 파란 싹이 돋아 났어요.” 봄이 휘파람 불며 마음속 그리움에 어린 시절이 회돈다. 서울(용산)에서 태어났으나 6년 동안만 살고 이십 여 년을 관악구에서 살아서 그런지. 가끔 전원을 동경한다.
 
두 눈을 잠시 감고 회상해 본다.  봄이 되면 30분만 걸어가면 뒷 동산에서 파릇하게 춤추는 봄을 만날 수 있어 행복한 어린 시절이었다. 그 시절엔 기나긴 동지섣달 지나 봄날이 되면 여린 햇살 따라  두 팔 벌리며 마음이 가던 대로 날아가던 시절이다. 그렇게 해도 아무런 제재가 없었다. 요즘처럼 과외나 학원에 다니며 시간이 없어 절절매던 시절이 아니기 때문이다.
 
이역만리 타향살이 속에 고국이 그립다. 하지만 어린 시절 내 놀던 고향이 그리워서 인지. 조국이 그리워서 인가 아리송하나 분명한것은 어린 시절이 일렁인다. 가슴으로 휘날려 오는 유년의 어린 시절과  꿈 많던 아리따운 소녀 시절이 물 안개처럼 피어 난다. 꿈에도 잊지 못할 시절이 그리움에 피어나 설레이는 봄! 봄이 날개 치며 찾아왔다. 하지만 삭막한 대지처럼 마음이 아직 움츠리고 있어 쓸쓸하다. 
 
나이가 들고 생각지도 못한 어깨 부상이 오래가서 그런것 인지. 추녀처럼 마음이 처량한 늦가을이다. 허나 자연의 순리에 따라 엇그제가 입춘이더니 우수를 지나 경칩이다. 경칩에 대동강물이 풀리고, 겨울잠을 자던 개구리가 나와서 알을 낳는다고『오주연문장전산고(五洲衍文長箋散稿)』2월에야 비로소 천둥이 소리를 내고 번개가 치는데, 땅속에서 겨울잠을 자던 벌레들이 이 소리에 놀라 밖으로 나온단다.
 
 이순을 바라보는 지천명 고지에 서있다. 아련히 다가오는 어린 시절 단상!! 가슴에 회도라 그리움으로 다가오는 봄날이다. 그 시절, 처마끝에 수정고드름 낙수 되기를 얼마나 고대 했던가! 3월의 창 열고 맞이 하고픈 경칩!!  농촌에서 살지 않았기에 개구리 알먹기 라던지. 수액 마시기 은행 나누워 먹기 등… 이 있다. 그 중 몇 개의 선조의 지혜로운 고유 풍습의 그 의미를 되새김 질 해본다.  
 
경칩에 <개구리 알 먹기> 풍습은 요통에 좋은 음식이란다. 눈과 머리가 맑아 지고 몸을 보호한다. 개구리가 몸을 보호한다는 것은 경험에 의해 소개해보면 어린 시절 허약한 체질로 600미터 달리는 경주에서 200미터도 못 돌고 쓰러졌을 때 먹었던 한약이다. 그 효험으로 밥맛이 돌아 왔고 건강도 회복 되었다. 

나중에 알게 되었는데 개구리를 고아 파래와 함께 쌀의 2~3배의 크기로 환으로 만들어 10개 아니면 20개! 정확하지 않지만 하루에 비타민과 함께 3번을 먹었다. 지금도 잊지 못한다. 덕분에 30 여 년 동안 아침 식사를 거른 적이 없을 정도로 밥맛을 잃은 적이 없었기 때문이다. 세월이 지나 그 당시 처방해주신 분을 알 수 없지만 감사한 마음을 전하고 싶다.

경칩에 빠지지 않는 풍습은 <수액 마시기> 이다.수액이란 나무들이 제 몸을 보호하기 위해 즉 겨울에 얼지 않기 위하여 몸속의 수분을 밖으로 내보내고, 날이 풀리기 시작하면 흙 속의 수분을 다시 끌어올리는데 이 과정에서 채취하는 물이다. 나무에 상처를 주어 채취한 수액을 마시면 병도 생기지 않고 더위도 먹지 않는다고 한다.  

경칩에 있었던 풍습중 그 의미를 전혀 몰랐던 풍습도 있다.  바로 <은행 나누어 먹기> 였다. 풍습은 발렌타인데이의 원조라 싶다. 경칩은 조선시대에서 남녀의 사랑을 확인하는 ‘연인의 날’이었다.  서양의 '발렌타인데이'같은 날이다.  흥미로운 점은, 혼인한 부부와 혼인하지 않은 남녀의 은행 나누어 먹기 풍습이 조금 달랐다고 한다. 만물이 소생 하는 기운에 힘입어 용기를 얻을 수 있는  좋은 계절이라고 생각한 까닭이라 싶다

은행은 다른 열매와 달리  암과 수가 있다. 은행 껍데기가 세모난 것은 '수 은행'이고 두모난 것은 '암 은행'이라 했는데, 정월대보름날 은행을 구해 두었다가 경칩이 되면 혼인하지 않은 남녀는 경칩에 암수 은행나무 주위를 돌면서 은행을 나누어 먹으며 사랑을 증명했고. 결혼한 부부는 남편은 세모(수은행알), 부인은 두모(암은행알)을 나눠 먹었다.
 
만물이 소생하는 봄!! 그 옛날 그것도 ‘얼었던 대동강물이 녹는다’는 경칩에 사랑의 징표로 나누어 먹었다니, 선조들에게 경칩은 로맨틱한 기념일이었던 것 같다. 비록 초콜릿 같은 달콤한 맛은 없지만 봄의 기운을 받아 용기 얻은 연인들의 사랑을 생각해보니 아름답고  깊은 의미가 있어 새삼 귀하게 다가오는 경칩이다.
 
어린 시절에는 그 누구도 말해 주지 않아 몰랐던 풍습이다. 그저 어린 시절 부르던 동요처럼 경칩이 되면 완전한 봄은 아니지만  완연한 봄이 코 앞이라 생각되어 기뻤던 기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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