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 휴가철

수필 조회 수 2496 추천 수 1 2016.06.05 23:17:06

다시 생각해 보는 메모리얼 데이(Memorial Day)

 

오은파

  여름 휴가철이 다가온다. 요즈음 LA는 이상기온으로 봄인지 가을인지 헷갈린다. 창문을 열면 자카란다 향긋한 향그러움이 물결 타고 콧끝을 간지럼 태우나 현관을 나서면 가로수에 낙엽이 널브러져 바람결에 흩날린다. 하지만 여전히 사람들은 이시기를 놓치지 않고 여행 준비로 바쁠 것이다. 미국에서는 비공식적이지만 메모리얼 데이를 본격적인 여름과 여름휴가의 시작의 분기점으로 여기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메모리얼 데이(Memorial Day)의미를 알고 있는 사람이 얼마나 될는지.

 

       하늘과 땅 사이/수많은 인파/갈대밭 사이처럼/출렁이는 여행 행렬//메모리얼 데이가/뭐냐고 물으면/

       대답도 못 하는 국경일//순국선열 그들로/굳게 서 있는 나라인데//그저 여행길/ 즐겁다고/희희낙락일세

                                               메모리얼 데이(Memorial Day) 전문 -오은파-

 

   위 시는 메모리얼 데이 기간을 대변하는 시다. 그저 여가를 즐기기 위한 쇼핑! 마켙, 마켙마다 여행 준비물 사고자 하는 이들로 붐빈다. 또한 할인 가격으로 물건 사기 위해 바쁜 인파의 물결로 출렁이는 것이 현주소라 싶다.

 

     미국의 근로자들은 보통 토요일 근무를 하지 않는다. 그런 연유로 토요일, 일요일, 월요일 3일 연휴를 가질 수 있게 하기 위한 정부 차원의 배려였다. 1968년 미국 의회가 ‘Uniform Monday Holiday Act’라고, 매년 5월 마지막 월요일을 메모리얼 데이로 제정하는 법안을 통과시키면서 바뀌었고, 메모리얼 데이가 연방 공휴일로 공식 제정된 건 1971년이다. 그런 이유로 매해 다른 날짜가 메모리얼 데이가 된다. 작년 2015년도에는 525일이었고, 올해는 530일이 되고, 2017년에는 529일이 된다.

 

   메모리얼 데이(Memorial Day)는 나라를 위해 싸우다가 목숨 잃은 모든 전사자를 기리고 기념하기 위해 만들어진 날이다. 하지만 원래 이 메모리얼 데이의 역사는 남북 전쟁까지 거슬러 올라간다. 미국의 내전인 남북전쟁이 끝나고 몇 년 뒤, 북군의 장군이었던 존 로 간 장군이 1868530일을 전사한 병사들의 무덤에 꽃을 장식하는 날로 장식 날로 공표한 데서 유래했다.

 

   당시 수많은 봉사자가 알링턴 국립묘지에 묻힌 2만 명이 넘는 남부군과 북부군의 묘지를 꽃으로 장식한 게 첫 공식 행사였다. 특별히 530일을 장식 날로 삼은 이유는 내전 기간 남군과 북군 간에 어떤 전투도 없었던 날이 바로 530일이었기 때문이라고 한다. 하지만 장식 날은 제1차 세계대전을 거치면서 남북 전쟁뿐만 아니라 전쟁 중 사망한 모든 전사자를 기리며 점차 메모리얼 데이라는 이름으로 불리게 되었다.

 

   메모리얼 데이는 한국의 현충일과 비슷한 날이다. 현충일은 625 참전용사를 비롯한 호국영령과 국가를 위해 희생된 분들을 추모하고 기념하기 위한 날로 1956419일 대통령령 제 1145관공서의 공휴일에 관한 규정이 개정되면서 66일이 국가 공휴일인 현충일로 지정되었다.

 

   한국의 육이오 전쟁은 1950625일 새벽 4시경, 북한은 소련 전차를 앞세우고 38선 전역에서 남침을 감행하여 3년 간의 전쟁으로 수없이 많은 사람이 목숨을 잃었고 우리 땅은 폐허가 되었다. 반세기가 지났지만, 여전히 우리 민족에게 씻을 수 없는 큰 상처를 준 동족 상란의 비극이다.

 

  미국의 메모리얼 데이나 한국의 현충일은 하루 날을 잡아 애국선열들을 기리고 기념하고 있다. 단지 한국에서는 해마다 66일을 정하여 기리고, 미국은 앞서 말한바 5월 마지막 월요일이다. 이 날, 미국이나 한국에서는 전국 곳곳에서 성대한 기념식과 다채로운 행사들이 펼쳐진다.

 

  미국에서는 전국에서 똑같은 시간에 거행된다. 미국은 워낙 크기 때문에 지역별로 시간 차가 나지만 모든 주가 현지 시각으로 오후 3시에 맞춰 전국적인 기념 행사를 거행하고 있다. 또한, 각자 사랑하는 가족, 친지가 묻혀있는 묘지를 찾아 헌화도 하고, 참배도 하며 넋을 기리고 있다. 미국 알링턴 국립묘지에는 225천 명의 미군 참전용사가 잠들어 있고, 모두 40만 개에 달하는 묘비가 세워져 있다고 한다.

 

   미국의 메모리얼 데이나 한국의 현충일은 순국선열들께서 목숨 바쳐 나라를 지켜어 삶의 터전을 일궈놨다. 미국 땅에 살고 있는 사람이라면 최소한 메모리얼 데이에 대한 감사함을 깊이 간직해야 할 것이다. 또한, 그 피에 대한 대가로 지금의 우리가 편히 살고 있기에 후손들은 터전을 잘 가꾸어 나가기 위해서 각자의 위치에서 최선을 다해야겠다 싶다.

 

   한국에서의 학창시절다. 물론 학교마다 다르겠지만 현충일 기간에는 웅변 대회에서부터 백일장, 미술대회 등 여러 행사가 있었다. 또한 헌화할 꽃을 준비하였다. 국군묘지에 직접가서 숙연한 자세로 헌화했던 기억이 오롯이 떠오른다. 순국선열들을 기념하는 날이라고 하면 왠지 경건하고 엄숙하게 지내야 할 것 같은데, 미국의 메모리얼 데이는 사뭇 다른 분위기라 싶다.

 

   메모리얼 데이 연휴가 되면 한국인들도 너나 할 것 없이 좋은 장소를 택하여 가족끼리, 혹은 친구들끼리 모인다.  지글지글 고기 구워, 냄새 피우며 먹고, 즐겁게 지낸다. 또한 산으로 바다로 여행을 떠나는 미국인들의 모습이 현주소다. 너나 할 것 없이 이방인이라는 생각에서 일까! 메모리얼 데이의 참 의미를 잃고 사는 것 같아 아쉽다. 다행히 섬기는 교회가 경건하게 나라를 위해 기도하는 시간을 갖는다. 뿐만 아니라 신약성경 한 권을 12시간에 걸쳐 통독 한다고 하니 모처럼 뜻 깊은 날을 보낸다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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