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맙고 아름다운 사람들, 그리고 사랑이의 새로운 출발

  지난해 길가에 찬 바람이 불고 가로수에서 낙엽이 우수수 떨어지던 10월. 사랑이의 갑작스런 뇌출혈 사고로 인하여 종합병원에서 두 달간 사경(死境)의 간극에서 고생을 하다가 원만히 치료가 되어 퇴원, 현재 신체와 언어재활 통원치료를 하고 있습니다.

  엊그제는 차에 태워 조심스럽게 운전하여 친정집 어른들 찾아뵙고 그간 염려에 대한 인사를 드렸습니다.

  그리고 집 앞 둑가에서 따스한 봄볕을 머리에 이고 부부가 앉아 도란도란 이야기를 나누며 쑥과 민들레, 드릅 등을 캤습니다. 또한 바디조개, 배추 겉절이, 시골쌀을 싣고 대전 집으로 왔습니다.

  그간 사랑이의 병환을 염려해 주시고 위로해 주시던 가까이 사시는 연세드신 어르신들 중심으로 몇 분을 문화동 집에 모시고 식사를 대접했습니다. 친정집 둑에서 캐온 쑥으로 구수한 된장국을 끓이고 배추 겉절이와 민들레로 반찬을 만들어 찰진 시골쌀로 정성스럽게 소찬을 지어 밥상을 차렸습니다.

  식사 초대에 오신 분들이 좋은 위로에 글을 남겨주셨습니다. 고맙고 아름다운 분들을 위해서 식사를 마치고 제가 키타를 연주하고 사랑이의 어눌한 목소리로 둘이 듀엣노래 '사랑하는 이에게'와 평소 사랑이가 잘 부르던 '이별의 노래' 가곡을 완치가 덜 된 환자의 상태로 불러 새로운 출발 인증샷에 감동의 박수를 받았습니다.

  그리고 식사를 마치고 가시는 한 분, 한 분에게 시골에서 가져온 쌀과 사랑이의 수필집 '자목련 사랑'을 한 권씩 선물했습니다.

  그간 멀리서 또는 가까이서 아내의 완쾌를 빌어주시고 염려해주신 분들을 식사에 다 모시지 못하여 송구합니다. 다만 진솔한 마음으로 엎드리어 감사의 인사를 올립니다.

  이번 큰 일을 겪으며 가족에 대한 절실한 그리움과 삶에 대한 사랑을 배우는 계기가 되는 과정이었습니다. 인도의 속담에 ‘가정에서 마음이 평화로우면 어느 마을에 가서도 축제처럼 즐거운 일들을 발견한다’는 말이 실감이 났어요.

  또한 아내는 동시에 친구일 수도 있는 여자가 참된 아내라는 점과 친구가 될 수 없는 여자는 아내로도 마땅하지가 않다는 것을 새삼 느꼈어요. 저녁 무렵 자연스럽게 가정을 생각하는 사람은 가정의 행복을 맛보고 인생의 햇볕을 쬐는 사람이며, 그 빛으로 아름다운 꽃을 피운다는 것을 교훈 삼았습니다.

  앞으로 평생 반려이자 친구인 사랑이(아내)의 새로운 출발을 계기로 건강하게 축제처럼 즐거운 일들을 발견하며 열심히 살겠습니다. 고맙습니다. 두루 건안하시고 행복하세요.

                                2018년 4월 11일

                                       김우영 김애경 부부작가 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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