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한섭 시인의 시집간이역작품해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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낭만과 풍류 가객의 뒤안길 서정적 뮤즈(Muse) 황금오리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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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우영 작가 (중부대학교 국어국문학과)

 

간이역에서

 

청춘은 고독한 나팔수입니다

만화의 주인공처럼 살다가는

사람들의 간이역 같은 거 말입니다.

 

하늘 위로 재색 비들기가 날아가고

아침 햇살은 여전히 곱습니다

 

조간신문을 배달하는 아이가

목이 마른 새벽입니다

고개 하나만 넘으면 신문배달은 끝이 납니다

 

그대가 하는 말이 솔깃해지는 아침입니다

간이역에는 짐을 풀고 휴식을 취하는 사람들로 붐빕니다

 

잠깐씩 떠나는 여행이지만

언제나 기차 안은 소란스러웠습니다

 

창밖으로 들리는 수 많은 이야기를 못 들은 체

기차는 겨울 터널을 빠져나옵니다

오늘은 몹시 숨이 가쁜 것 같습니다

 

그도 이제 나이가 들어가는 것 아닌가 싶습니다.

                                                                  - 황한섭 시인의 시집간이역전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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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 이런 산골에 멋진 시인이 있었네!


  충남 금산군 추부면 외진 궁벽한 산골에서 황금오리알을 운영하며 시를 쓰는 외송 황한섭시인을 만난지는 4년 년 전 일이다. 물론 전 부터 지면을 통하여 미리 알고는 있었지만, 중부대학교 강의를 마치고 최태호 교수님과 함께 점심식사를 위하여 우연히 들른 것이 외송(頠松) 황한섭(黃漢燮) 시인과 본격적인 인연이 시작되었다. 그의 아호 외송처럼 산골에서 외롭게 시를 쓰는 멋진 시인이었다.

 

  외송의 황금오리알 사방 벽면에는 온통 시서(詩書)로 배치되어 있었다. 묵향(墨香)의 고장 금산의 한가운데 와 있는 느낌이다. 그래서 그런지 외송은 충남 금산문인협회 회장을 맡아 비단골 금산문학 발전을 위하여 노력하고 있었다. 위대한 시는 가장 귀중한 국가의 보석이듯이 외송은 충남 금산의 군보(郡寶)감이었다.

 

  첫 눈에 투박한 농촌사람처럼 검게 그을린 외송은 다부진 체격에 사내다운 기개가 있어 보였다. 그는 젊은시절 레슬링을 했었고 지금도 레슬링대회 심판과 조기축구를 즐기고 있는 스포츠맨(Sportsman)의 주인공이었다.

 

  그리고 외송은 한문과 서예가 뛰어났다. 그래서 이를 두고 옛 선비는 말한다. 용사비등(龍蛇飛騰)하고 평사낙안(平沙落雁)이라? 글이 용과 뱀이 날으는 것과 같고 백사장에 기러기가 가지런히 앉는 것과 같다는 말이다.

 

  이를 두고 문무(文武)를 겸비한 양수(兩手)겹장의 선비라고 한다. 오호라, 필락경풍우 시성립혼신(筆落驚風雨 詩成泣鬼神)이라! 붓 놓자 바람과 비가 놀라고 시가 완성되자 귀신이 우는구나! 라는 뜻의 중국 두보의 한시이다.

 

  지난해 대전의 한진호 시인님과 황금오리알을 방문하여 벽면에 잘 쓰여진 서예를 보고 즉석에서 한 시인님은 자신의 사무실 현판을 부탁했다. 그래서 지금 대전 한진호 시인님 사무실에는 외송의 서체로 쓰여진 주촌 한진호 시인의 방이란 현판이 게시되어 있다.

 

  외송은 학교 부근에 살고 있어 그의 시사랑방 황금오리알에 학생들, 또는 교수님들과 자주 가는 곳이다. 더러는 강의 후 술 생각이 나면 둘이 마주앉아 주거니 받거니 하며 인생과 세상사를 논하며 마시곤 한다. 더욱 반가운 것은 나이가 또래라서 친구로 다정하게 지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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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간이역은 내 인생의 도반이며, 보헤미안(Bohemian)길 쉼터

 

  아, ‘간이역이라!

 

  지난 나의 스무살 시절은 장발에 허름한 청바지를 입고 전국을 보헤미안(Bohemian)으로 방랑하던 시절이었다. 그때 교통편은 완행열차를 타고 다니며 간이역을 자주 찾았다. 농부나 노동자가 막걸리 한 잔 걸치고 낡은 대합실 벤치에 누워 코를 골며 한숨을 자는 곳. 간이역 앞 허름한 주점에 가면 나이드신 할머니가 손에 땟국물을 묻히며 쉰 김치에 따라주는 막걸리가 그리도 맛있었다.

 

  몇 순 배 술술- 들이키고는 다시 훌쩍 완행기차를 타고 정처없이 떠났다가 다시 돌아오는 그런 방랑. 속세의 관습이나 규율 따위를 염두에 두지않고 방랑하면서 자유분방한 젊음을 구가했던 그 시절은 간이역은 나에게 있어 젊음의 상징이었고 철학이었으며, 섣부른 객기였다.

 

  그렇게 가다가 지치면 아무데서나 하늘을 이불삼아 눕고, 배 고프면 나물먹고 찬물 한 바가지 마시며 집시처럼 유랑하던 시절이었다. 이런 나의 생애에 화두(話頭)간이역을 오랜만에 충남 금산 추부면 외진 곳에서 만났다. 기차가 지나가지 않는 궁벽한 첩첩산골에서 만났으니 이 얼마나 반가우랴! 거기에서 시를 쓰는 황한섭 시인의 간이역과 해후. ! 이를 보고 문우해후 지기필우 금상첨화(文友邂逅 知己筆友 錦上添花)라 하던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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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낭만과 풍류 가객의 뒤안길 서정적 뮤즈(Muse) 황금오리알

 

  외송이 쓴 간이역시집 서문에서 자신이 사는 건 아직도 소금기 없는 고등어자반 같은 존재라고 말하고 있다. 질경이 같이 끈질긴 생명력을 존중하고 인간은 아픈 만큼 더 성숙해지는 동물이라며 시혼(詩魂)을 채근하고 있다.

 

  외송 황한섭 시인의 시집 간이역은 5부로 단락이 구성되어 있으며 총110편의 시편들이 정성스럽게 낭만과 풍류 가객의 뒤안길 서정적 뮤즈(Muse) 황금오리알 기차에 실려 있었다.

 

삼 박 사 일 섬에선

바람과 여인뿐

뱃고동 소리도 들리지 않았다

 

새들은 납작 엎드려

하늘 위를 날지 않았다

 

바다는 고통스럽게

여인의 곁으로 다가갔지만

그의 눈길은 차가웠다

 

섬에서 누구도 노래를 부르지 않았다

밤과 낮이 반복되어 교차할 뿐이다

 

암컷의 수태를 조롱하듯

낮달은 숨 고르기를 하고

조각 섬을 지키던

어부의 아내가 바다로 나가면

떠밀려오던 부평초

 

그녀의 꿈속에 희미하게 등대가 보이면

울지 못하는 갈대숲을 깨운다

여인이 어느새 바람이 되어 흩어지고 만다

                                                                          - 황한섭 시인의 시 바람과 여인全文

 

 위의 시 바람과 여인종연(終演)에 이 시의 백미(白眉)가 김처럼 서려있다.

암컷의 수태를 조롱하듯/ 낮달은 숨 고르기를 하고/ 조각 섬을 지키던/ 어부의 아내가 바다로 나가면/ 떠밀려오던 부평초// 그녀의 꿈속에 희미하게 등대가 보이면/ 울지 못하는 갈대숲을 깨운다/ 여인이 어느새 바람이 되어 흩어지고 만다//

 

  은유와 비유를 적절하게 배치시켜 바람과 여인이라는 주제의식 호홉으로 승화 시킨 메타포(Metaphor)처리가 돋보인다. 그만큼 외송의 시어(詩語)배열과 행간(行間)의 호홉을 조절할 줄 안다는 것이다. 이점이 그의 내공이요. 시력(詩力)이다.

 

지금쯤 고향집 앞마당에도

밤비가 솔솔 내리고

뜰 앞에

복사꽃은 아직도 곱게 피어 있을까

 

어머니는 뜨끈하게 군불이라도 때고 편히

주무시는 걸까

아버지는 술에 취해

똑같은 말을 밤새 하다가

 

날이 휘영청 밝고   

아침엔 허청에 메어놓은 염생이가

밤새도록 아버지가 하던 말을

얄밉게 되새김질을 하고

                                                                 - 황한섭 시인의 시 고향집全文

 

  외송의 시 고향집을 보노라면 소박한 고향집이 생각이 난다. 지난 어려운 시절 노부부가 살아가는 정경이 한 편의 수채화처럼 그려진다. 현대시는 난해하여 어렵다고 한다. 그러나 외송의 시를 보면서 이렇게 소박하며 쉽게 써야 한다는 전형을 보여주는 것 같다. ‘고향집의 시는 지난 시절 정한(情恨)서룸과 인정을 묘사한 서정적 이미지테이션(Imagination)을 생경하게 승화시킨 수작(秀作)이다.

 

  ‘날이 휘영청 밝고/ 아침엔 허청에 메어놓은 염생이가/ 밤새도록 아버지가 하던 말을/ 얄밉게 되새김질을 하고//’ 이 부분이 전체 문장의 압권(壓卷)으로 자리매김한다.

 

시렁에 덩그라니 매달린 누런 메주덩어리에

어느새

파랗게 곰팡이가 일었다

 

아이들은 지들끼리 씨끄럽게 저녁을 먹고 잠 들었다

큰애가 작은놈들을 다 재우고 윗목에 누워

잠이 안 오는지 부스럭 댄다

 

소 판 돈을 며칠 새 투전판에 죄다 잃고서

몸져누운 아버지가 어젯밤 꿈속에서

눈물을 글썽이며 삽작문을 나서던

왕방울 황소울음이 성난 파도처럼 일렁였다

                                                                - 황한섭 시인의 시 소 판 돈全文

 

  우리 농촌에서의 소()는 삶이요, 생명이었다. 소 판 돈으로 대처로 나간 자녀들 학비를 마련하고, 농협빚을 갚았다. 또한 외송의 시에서 처럼 노름판 돈으로 치루어지기도 했다. 그래서 외송은 이 시의 마무리에서 그 만의 유니크(Unique)한 레토릭(Rhetoric)으로 반전시킨다.

 

  외송은 이순(耳順)의 중후한 연륜에 걸맞게 시의 경륜이 빛난다. 그래서 시의 호홉을 가다듬으며 시어의 절묘한 배치를 할 수 있다. 아래의 시에서 그의 노련한 솜씨가 엿보인다.

 

  ‘소 판 돈을 며칠 새 투전판에 죄다 잃고서/ 몸져누운 아버지가 어젯밤 꿈속에서/ 눈물을 글썽이며 삽작문을 나서던/ 왕방울 황소울음이 성난 파도처럼 일렁였다//

 

덜컹거리는 완행열차 삼등칸에도

봄은 소리없이 왔다가 사라지고

작은 보따리를 든 여인은 불안한 듯

불 켜진 차창 밖을 무심코 쳐다보고 있다

 

뾰족한 집들이 수없이 스쳐 지나가고

터널을 빠져 나오는 완행열차의 숨소리도 차츰

거칠어진다

삼등칸을 빠져 나가는 사람들의 뒷모습은

실직한 사람이거나 아니면 시골로 일자리를

구하러 떠나는

사람들처럼 허름해 보인다

 

열차에 오르려는 사람들 틈에서 아이 하나가

울고 있다

엄마를 잃어버린 아이의 울음이 길어지고

젊은 여승무원이 한참 아이를 달랜다

                                                                      - 황한섭 시인의 완행열차全文

 

  외송의 두 번째 시집 간이역말미에 격조높은 해설을 곁들인 충남 금산의 장석열 문학평론가는 꽃을 가꾸는 황한섭 시인의 정원을 돌아보며라는 제하에서 이렇게 글을 썼다.

 

  “인생은 멀고도 짧은 종착역을 향해 떠나는 고독한 나그네다. 고단한 나그네는 순간순간 삶의 무게가 짓누를 때마다 간이역에서 잠시 짐을 풀고 다시 인생열차를 타고 몸을 맡기는 나그네다.”

 

곡목도 잘 생각나지 않는 오래된 노래가 가끔

다시 듣고 싶을 때가 있다

아침상을 차리면서도 어머니는 그 노래를 들으면

흥얼거리셨고

파란색 오토바이를 타고 출근하는 남편의 뒷모습을

한동안 쳐다보면서 혼자

코스모스 길을 걷곤 하였다

 

새벽이면 사람들로 넘쳐나던 중앙통

찜통 더위에도

뱃사람들이 허기를 달래던 허름한 선술집엔

비린내 나는 손으로 주고받던 술잔과 육자배기

낡은 선풍기 한 대가 주인장 얼굴만큼이나 꾀죄죄하다

                                                     - 황한섭 시인의 시 가을날의 소묘全文

 

  충남 금산 추부면 다복로 696번지 황금오리알에 가면 가을날의 소묘라는 시가 잘 표구되어 있다.

 

  체코 프라하 출신의 라이너마리아 릴케 시인가을날이란 저 유명한 시와 독일의 구름시인 헤르만헷세에 버금갈만큼 낭만과 풍류 가객의 뒤안길 서정적 뮤즈(Muse)로 채색된 작품이 가을날의 소묘이다.

 

  가을날 소묘에는 자연과 인생의 허무와 페이소스(Pathos)가 눈물처럼 서려있다. 또 낭만과 풍류 가객의 뒤안길 서정성이 실실히 묻어난다. 이런 작품이 주류를 이루는 게 외송 황한섭 시인의 문학세계이리라!

 

)의 시인이라고 하는데 주저하지 않는다.

 

  외송 황한섭 시인의 두 번째 시집 간이역에 부족한 붓으로 행여 문학세계의 누가 안되었는지 조심스럽다. 다만, 그의 단단한 문학세계가 더욱 발전하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갑장으로서 덧붙였다.

 

                                                            2018523

 

                                       대한민국 중원땅 한밭벌 보문산 아래

                                    문인산방에서 나은 길벗 쓰다

 

 - 오늘의 명언

  시란 정()을 뿌리로 하고 말을 싹으로 하며, 소리를 꽃으로 하고 의미를 열매로 한다. (중국 시인, 白居易)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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