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 뜻밖에 건져진 횡재

조회 수 2268 추천 수 4 2015.03.25 21:13:40
-시-

뜻밖에 건져진 횡재

 

 

                                                                                                                         은 파    오  애  숙

 

겨우 15년 된 이민사

어눌하고 길 잃고 철새 되어간 언어의 형상들

그나마 조금 젊은 때는 늦으막히 영어 공부에

한글학교 교장에 전공 살려 공부한다느니

 

바람이 남기고간 흔적의 한세월

이것도 저것도 아닌 반벙어리 된 반 푼이가

그나마 나성에 살아 어눌하고 짓눌린 비애悲哀

가슴에서 고기비늘로 떨어졌는데

 

서녘하늘에 펜대 잡은 뱃머리

순풍에 언어형상 실은 돛단배, 과거사 되었는지

모국어 단어에 가물가물 사위어가더니

돛이 거꾸로 박혀 휘영청 뒤집힌 뱃머리 되었네

 

글은 나락으로 떨어지고 허우적거리다

앞 뒷골 먹칠되다, 잠수타기를 반복하더니

홀대받던 국어 사전에 회도回棹

뜻밖에 반짝이는 토박이어

 

       

    

시작노:

1998년까지 운영했던 유치원과 미술학원을 정리하고 19991월에 도미했다. 하지만 겨우 15년의 이민사. 인생의 서녘하늘, 어느 사이에 나의 언어는 어눌하고 길 잃은 철새처럼 입에서만 맴돌 뿐. 어리벙벙한 영락없는 반 푼 이가 되었다. 조금 젊었을 적에는 늦으막히 학교에 가서 영어나 컴퓨터 배우며 전공 살려 한글학교니, 미술 가르친다느니, 이것저것 가르치는 열망에 시간을 보냈지만. 엘에이, 나성에 살다보니. 바람이 남기고간 흔적의 한세월에 이것도 저것도 아닌 반벙어리가 되었다. 하지만 그러르니가 내 자신과 타협해지니, 어느 날부터 언어의 이중성으로 어눌하고 짓눌린 비애悲哀가 가슴에서 물고기에서 고기비늘이 떨어져 나가듯 떨어져 갔다.’ 글은 동면을 향해 달려갔으나, 잠자던 사자가 20년 만에 기지개를 편 까닭에. 봇물 터지듯 시상은 쏟아졌다. 하지만 어눌해진 언어의 형상 속에서 어눌함이 어느 날부턴가 가물가물. 과거, 순풍에 돛달던 언어의 배가 불과 15년 만에, 돛이 거꾸로 꽂혀져 휘영청 뒤집히는 뱃머리 되었던 것이다. 자연히 펜을 잡을수록 앞 뒷골 먹칠되었다. 가끔 단어를 확인하다 홀대받던 국어사전에 회도(回棹)라 뜻밖에도 열린 눈이 집어내는 토박이어! 마음에서 휘영청 회돌(回棹)아 반짝이는 보석을 발견하는 이 기쁨! 횡재가 따로 없었다.


이점선

2015.10.24 09:51:48
*.192.188.104

공감이 가네요. 시인님. 

영어도 제대로 못하는 콩글리식 영어, 한국어도 어눌해져 반벙어리가 되었네요.

그래도 시인님은 글을 쓰면서 한국어 사전을 보시는가 봅니다.


토박이어에 횡재라 표현하시는 걸 보면요.

제대로  이민 일세들을 표현 한 것 같습니다. 건필 하시길 바랍니다. 건강하시구요. 

좋은 글에 늘 감사합니다.

오애숙

2015.11.18 01:55:51
*.192.188.104

진짜루 이 시는 저를 대변하는 시입니다.

이십년 만에 글을 쓰려고 하니 너무너무 힘어들어

포기하려고도 생각했습니다. 자판도 전혀 기억나지 않았답니다.


또한 단문으로 쓰기가 너무 힘이들었답니다

자판은 아직도 확실하지 않아 어슴프레한 기억으로 쳐 내려갑니다..

토박이어에 관심이 있지만 쉽게 찾을 수 없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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