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원님들 안녕하세요!
겨울의 문턱에서 문안합니다.
오늘은 왠지 한국의 겨울산야가 그리워지는 날입니다. 아주 오랫동안 눈 덮인 산야와 서릿발 내리던 겨울을 가보지 못한 까닭입니다.
한국의 겨울 산야가 사무치게 그립습니다. 가난하고 어려운 사람들에게는 한국의 겨울은 무섭다고들 합니다. 하지만 어릴적 추억이 눈 덮인 산야 속에 오롯이 기억의 주마등을 타고 살포시 웃음 짓습니다. 특히 성탄절 무렵이 가까워지니 더욱 그렇습니다.
제가 도미하기 전 섬기던 교회는 서울대 후문 낙성대 쪽입니다. 교회가 특색이 있었습니다. 주일날 예배를 드리고 주기도문 송을 드리면 휘장이 올라가게 되어있어 밖의 경치가 한 눈에 들어옵니다. 미국으로 이민 오기 바로 전에 의정부 쪽에서 교사대학 강의를 할 때였습니다. 시간이 늦어 집을 못가고 유치원에서 눈을 잠깐 붙이다 깨어나 대 예배를 드렸던 적이 있었습니다. 밤사이에 눈이 소복이 쌓인 것을 몰랐던 탓에 대예배 후 주기도문 송을 드리자 눈 덮인 산야에 깜짝 놀라 바라봤던 기억이 지금도 생생합니다. 그날은 마치 천국에서 하나님께 찬양을 드리는 그런 마음이었답니다. 지금도 그 시절이 그립고 겨울에 다시 한 번 고국에 갈 수 있는 기회가 주워 진다면 찾아 가보고픈 마음이 간절합니다.
봄날 같은 엘에이 겨울 문턱에서 한국의 휘몰아치는 눈보라로 에워싸인 겨울을 생각하며 동지섣달 긴 겨울 잠속에서 헤쳐 나와 봄을 여는 들녘을 상상 속에서 꽁꽁 얼은 손을 호호 불며 촉을 들어 스케치해 봅니다.
동지섣달 인고의 밤 하직하려
밀려오는 잠행 떨치고 홀로 몸으로 울다
눈보라 헤친 후 아픈, 시간의 파편 날려 보낸다
춘삼월의 꽃샘바람에도 견디어
인고의 숲지나 눈부심으로 뽀얗게 홀로 피어나는
숭고한 여심에 꽃잎의 합창소리가 들녘에 문을 연다
월광곡이 흐른 뒤 설원이 수액에 녹아들고
봄비에 젖어 조요히 연두 빛 향연이 들판에서 춤추고
비발디의 사계의 연주가 소나타 시시모로 죽음위에 녹아내린다
들녘이 한 줄기 봄볕에 출렁일 때
어느 사이,
매화향 흩날리며 연분홍 새색시가 미소로 화사한 아침을 열었다.
서리발 날리는 눈보라가 눈에 선하는 봄 날씨 같은 엘에이
겨울문턱에서 마음이나마 옛 추억으로 돌아가고픈 마음이었습니다.
겨울에 대한 추억을 서로 공유했으면 좋겠다는 생각에 이 글을 보냅니다.
은파 오애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