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품해설)미국 석정희(石貞姬)의 시집 영혼의 등불 문 앞에서詩香을 따라서

 

김우영

(문학박사·문학평론가·한국문화해외교류협회 대표)

 

1. 앞 세우는 시

 

나 여기 있습니다.

 

거리의 먼지 뒤집어 쓰고

돌아 온

나 여기 있습니다.

기다리시는 그림자

창에 비쳐

잰 걸음으로 왔습니다.

떠돌던 먼 나라의 설움에

눈물 섞어 안고

나 여기 와 있습니다.

어둠 속 머언 발치서

아직 끄시지 않은

불빛을 따라

 

나 여기 와 있습니다.

- 석정희 시인의 시 문 앞에서전문

 

2. 길 따라 이어지는 인연

 

사람의 만남에는 우연한 인연과 전생에 한 번 만났음직한 필연의 인연이 있다고 한다.

 

미국 캘리포니아 LA에 사는 난석(蘭石) 석정희 (石貞姬)시인과는 우연한 길 위에서 만난 필연의 굴레라고 생각한다. 그는 문학이 좋고 사람이 좋아 살아가는 이 시대의 보기드믄 휴머니스트(humanist)이었다.

 

이제와 생각하니 진작 만났어야 할 필연의 만남이 아니었나 생각이 든다. 가만히 살펴보니 사랑많고 인정많아 주변 사람을 좋아한다. 그러나 보니 거기에서 반사적으로 얻어맞는 상처도 만만치 않은 멋진 삶(!)을 살고 있었다.

 

난석은 뛰어난 미모가 우선 압권(壓卷)이다. 그리고 남 다른 포용력과 어느 단체의 리더다운 풍모를 고루 갖춘 걸출형(Feminist)이지적 여성이었다. 거기에다가 미국이란 대륙의 너른 호홉과 앞을 내다보는 선견지명까지 갖춘 이른바 재원형 지성의 숯돌이었다.

 

화려한 무대위의 인기 희극배우를 관람객석에서 보면 부럽고 흠모하기까지 한다. 그러나 갈채와 홍등의 조명이 깔린 무대를 내려와 뒷문으로 빠져 나오는 순간 극도의 고독과 외로운 그림자가 엄습해온다.

 

이는 이러한 일은 실제 겪어보지 않고는 잘 모른다. 쥐가 뼈를 파고들어 갉아먹는 듯한 쓰라린 긴 밤의 고독을 모른다. 난석은 뛰어난 미모와 리더, 재원을 갖춘 삼박자의 행열에 성격마져 분명한 정의파이다니 이에 따른 주변의 시선 또한 그 에게는 짐이 되었으리라.

 

옛말에 모난 돌이 정 맞는다고 한다. 잘 나고 뭔가 툭 튀어나오면 늘 남의 입에 오르고 별의별 일에 연류되어 힘겹게 살아가는 것이다. 그래서 옛 말에 미인난풍(美人亂風) 식자우환(識字憂患)이라 했지 않았나 싶다. 이를 보면서 필연의 동병상련(同病相憐)을 느낀다.

 

그래서 동양의 명저(名著) 명심보감(明心寶鑑)에서는 이렇게 말했다.

 

천유불칙풍우 인유조석화복 (天有不則風雨 人有朝夕禍福) 하늘에는 예측할 수 없는 비 바람이 있고, 사람은 아침 저녁으로 화와 복이 있다.”

 

그러나 어찌하랴? 그러려니, 저러려니, 하고 스스로 업보(業報)라고 생각하고 살아갈 수 밖에 없는 것이 우리네 인생인 것을

 

3. 길 따라 이어지는 인연

 

미국 캘리포니아 LA의 난석(蘭石)2007년 한국영농신문사에서 주최한 제4회 한국농촌문학상 해외동포부문 특별대상을 타게 되면서 나와 빛고운 인연의 블록을 쌓아나간다.

 

인연은 그리 길지 않지만 종종 문학과 사회, 가정 그리고 그 언저리들에 대 단상을 이메일을 통하여 한국과 미국이라는 멀고 먼 이국간의 좋은 인간적인 관계를 유지해왔다.

 

난석은 사귀면 사귈수록 사람이 정의롭고 품성이 바른 분이라는 걸 느낀다. 어떤 사안에 대하여 옳고 그른 것을 그냥 넘어가거나 아부하는 분이 아니다. 논지(論旨)의 이분법을 따라 좌우를 나누거나, 사회적 경황에 따라 옳고 그름이 분명한 분 이었다. 그리고 매사에 성실성과 진지함, 신의로 대하는 좋은 사람이었다.

 

그런 난석이 20086월에 들어문 앞에서라는 제목의 시집을 낸다며 좋은 글을 써 달라고 해왔다. 저 멀리 태평양을 건너 멀리있는 미국 캘리포니아 LA만을 생각하고 있었는데 난석은 어느새 내 문 앞에 와 서 있었던 것이다.

시집을 출간한다는 말을 듣고 차일피일 미루다가 이제야 붓을 들었다. 그간 길지는 않지만 난석과의 인연에 대하여 회고해봤다. 가만히 생각해보니 하나하나 마음 쓰는 그 결고운 그의 품성에 흠모 하고픈 분이다.

 

따라서 본장에서는 난석에 대한 본격적인 작품해설보다 인연따라 길 위에서 만난 그의 문학을 중심으로 스케치 하고자 한다.

 

난석(蘭石) 석정희 (石貞姬)시인을 생각하면 먼저 1954년 이탈리아 영화 이탈리아 명장 페데리코 펠리니 감독이 메가폰을 잡은 (La Strada)이 생각난다. 영화 은 세계적인 남성적 매력의 거구 명우(名優) 안소니 퀸이 주연을 하고 페데리코 펠리니 감독의 아내인 줄리에타 마시나가 여주인공으로 나온다. 그 사이에 이 영화의 감초격인 리처드 베이스하트가 출연 하였다.

 

이 영화는 이탈리아의 3대 명장중에 하나인 카를로 폰티, 디노 드 로렌티스가 제작을 하였다. 또한 음악분야의 명감독인 니노 로타가 환상적으로 호홉을 맞추었다.

 

1940년대 이후 이탈리아는 뭇솔리니 전후(戰後)의 가난하며 음습한 시대였다. 이때 만들어진 영화중에 하나가 바로 네오 리얼리즘(Neo Realism) 계열의 영화 이다.

 

주제는 오토바이로 포장수레를 끌고 다니며 쇠사슬을 끊는 묘기를 보여주면서 ''에서 살아가는 잠파노(안소니 퀸)과 그를 따라다니며 조수역할을 하는 젤소미나(줄리에타 마시나)가 단순히 살아가는 이야기이다.

 

이 영화는 아카데미 외국어영화상 수상, 베니스영화제 은사자상 수상까지 휩쓸었다. 지금도 가만히 눈 감으면 이 영화에서 구슬프게 들려오던 '니노 로타'의 선율이 떠 오른다. 이 음악에 맞춰 흐느끼듯 처연하게 부르는 눈이 큰 이쁜 여주인공 젤소미나의 모습은 외로운 그림자(Fade out)를 지금껏 나는 잊을 수 없다.

 

추억속 흑백 필름같은 영화 의 여주인공젤소미나를 꼭 닮은 여인이 바로 오늘의 주인공 미국 캘리포니아 LA에 거주하는 난석(蘭石) 석정희 (石貞姬)시인 이었으니 나에게 있어서는 남 다르지 않을 수 없다.

 

큰 눈에 오목한 마스크, 미모에 지성의 숯돌이자 재원(才媛)인 난석은 미국 LA에서 주관한 미스코리아에 뽑힐만큼 미국 한인사회에 잘 알려진 미인이라고 한다.

 

난석은 자신의 시집 문 앞에서서문에서 스스로 밝혔듯이 무척 고독하고 외롭게 살아가는 에고이스트(Egoist) 시인이었다.

 

인생은 역시 외로운 길 입니다.

단 한 사람의 동반자도 없는 외로운

사막의 길을 홀로 가는 길 입니다.

 

산 속에 사는 들짐승이나 밤하늘에

홀로 빛나는 별빛이나

어느 강변에서 홀로 피어나는 들꽃처럼

 

우리 인생도 결국은 홀로

이 대지 위에 머물다 가는

외로운 존재일 뿐입니다. (中略)“

 

그러다가 많은 세월이 지나고, 이제 제 곁에 내 자신의 가족도 생기고 여전히 많은 사람들이 있지만, 그래도 결국 인생을 살아가는 것은 저 혼자라는 것을 알았습니다. 처음 그것을 알았을 때는 눈물이 났습니다. 철없이 즐거웠던 어린 시절이 생각나서 한없이 울었습니다. 그 때는 정말 하늘도 별빛도 바람 소리도 모두가 외롭게 보였습니다.

 

저는 밤마다 비너스와 같은 여인이 되어 그에게로 다가갑니다. 그리고 제 마음에 고인 슬픔과 상처와 은밀한 모든 것을 다 드립니다. 무즈의 신, 그는 저를 안아도 주고 내 상처를 쓰다듬어도 줍니다. 그리고 어쩌다가 폭풍이라도 치는 밤이면 저는 무서워 떨지만, 그분이 이내 와서 저를 안아 주고 등을 토닥거려도 주시어서 저는 비로소 다시 평화로운 안식에 잠깁니다.

 

그것은 저에게 이 세상에서 그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가장 아름답고 소중한 것입니다.

먼 발치의 숲 속에서 반짝거리는 초록 불빛, 아련히 비치는 그 불빛 아래서 어른거리는 당신의 그림자는 이제 제가 찾아 가야 할 제 생의 등불이고 제 신앙 같은 존재입니다.

 

그 불빛이 꺼지지 않는 한 이제 저는 외롭지 않습니다. 저는 이제 귀항선을 기다리는 어느 포구의 여인처럼 늘 그 분만을 기다리며 살아 갈 것입니다.“

2008.5

이글락 언덕집에서 석정희

- 시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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