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다 이야기
강 정 실
모닥불 타는 소리를 들으려 허기 달래며 파도를 기다린다. 굵고 치솟은 파도를 딛고 일어서다가 꼬꾸라져 퍼마신 바닷물이 세 바가지가 넘는다. 그대 몇 번이나 그리움 수놓듯 일렁이지만 모처럼 두 발을 딛고 어렵게 일어선다. 오작교를 건너지도 못하고 훌러덩 물에 빠진다. 애가 탄다. 사방으로 눈을 세워 달려오는 파도에 나비가 되어 자유를 찾기 위해 기다리고 또 기다린다. 언제쯤 바다에서 자유가 있을까. 그러다 대판 몸살이 난다. 며칠을 끙끙대면서도 화려한 무대를 꿈꾼다. 밤바다에서 바닷속 이야기, 바람과 파도소리, 별들이 살아온 긴 이야기를 들을 거야. 툴툴 털고 일어나야 하는데 이별이 깊다. 기다림이 너무 길다. 나 그대 알았던 백사장 한 모서리에 백일홍 하나 심어 놓으려니, 물고기 숨 쉬고 그 나무 자라서 꽃 피우면 지금의 괴로움쯤은 꽃잎이 되어 훌훌 날아가 버렸을 거야.
그러기를 바래요
지금쯤은 멋지게 바다를 타시겠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