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곳에 오면
강 정 실
이곳에 오면
재작년 봄 바닷가
파랗게 불어오는 햇볕 따스한
광안리 바닷가 모래사장에서
구순을 넘긴 어머니와 마주앉아
깊게 팬 주름진 얼굴을 보며
건강과 먹는 약
친척들의 근황을 물었던 게
떠오른다
내 어린 시절 어머니의 젖을 빨다 낮잠이 들었다 잠에서 깨어나 보니 옆에 있어야 할 어머니가 안 보여 대문 문턱에 앉아 울고 있는데 배에 석탄 싣고 닷새 만에 돌아온 아버지가, “새야 새야 파랑새야 녹두밭에 앉지 마라 녹두꽃이 떨어지면 청포장수 울고 간다”를 노래해 주셨다 내가 어른이 되어 결혼하고 직장생활을 하다가 독일로 유학 갈 때 고향집에 맡긴 아들·딸을 부모가 몇 년간 키워주셨다 아들은 애미 대신 할머니의 빈 젖을 빨며 잠들었고, 애비가 먹었던 그 젖을 대물림하며 성장했다
이곳에 오면
산타모니카 바닷가 모래사장에서
엄마의 품에 안겨
바다를 바라보는 다른 모녀의 모습도
사랑보다 진한 나의 추억들이
내 심장에 머물러 앉아
파도는
채워지지 않는 부모님의 빈자리에
흔적이 되어 흐르는 세월에도
마법같이 녹지 않고
기억의 파편들이 쏟아져 나온다
그리움을 자아내는 멋진 시, 가슴이 뭉클해지네요
고향 대문간이 떠오르며 거기에 평상을 놓고 앉아서
시원한 바람 맞으며 어머니와 이야기꽃 피우던 추억이 새록새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