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이랜드 산책길
정순옥
하이랜드 산책길엔 자유와 행복이 있다. 거의 날마다 반 시간쯤 걷는 이 길은 나에게 평범한 일상생활의 즐거움을 듬뿍 안겨준다. 방문을 열고 나설 때 미풍에 머리카락이 날리는 감촉을 느끼면 나는 가슴이 뛴다. 이 나이에도 마음은 동심(童心)이 되어 밖으로 놀러 가는 기분이 된다. 하이랜드 산책길엔 겸손한 마음으로 땅을 밟으면 누구나 누릴 수 있는 자유와 행복이 넘치고 있다.
새벽 일찍 방문을 열고 나서면 누군가가 끓이는 커피 향이 후각을 감미롭고 상쾌하게 한다. 신선한 공기와 초록색 나무들과 꽃들을 바라보다가 하늘을 보면 드넓은 청명한 하늘이 한눈에 들어와 나를 즐겁게 한다. 주위에 아무도 없는 한순간만은 창조주께서 나를 축복하시어 이렇게 아름다운 자연을 창조해 주셨다는 착각 속에 기분이 황홀해질 때도 있다. 나는 날마다 조금은 모자란 듯한 현재의 나의 모습이지만 하이랜드 산책길을 자유롭게 걸을 수 있는 것만으로도 감사하며 행복함을 시시때때로 느끼며 살고 있다.
하이랜드 길가에 서 있는 수은등이 희미해져 갈 때면 동녘엔 눈부신 붉은 해가 떠오르기 시작하면서 자연스럽게 밤과 낮이 교차한다. 2021년 1월 20일 각종 미디어에서 들려주는 주요뉴스는 비상사태인 워싱턴 분위기와 미국 제46대 美대통령 공식 취임 이야기다. 조 바이든 새로운 대통령은 “내 영혼을 미통합에 쓰겠다.”라며 취임 연설을 한다. 팬데믹 코로나 위기 시기라 취임식장에는 천여 명 남짓한 사람과 그 앞인 내셔널 몰에 약 20만 개의 성조기가 게양됐다. 비슷한 시간에 셀프 환송식을 하면서 떠나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고별 연설에서 “돌아오겠다.”라며 바이든에게 줘야 할 핵가방을 들고 떠났다. 인간의 본능적인 욕구에 고집스럽게 집착하는 트럼프 대통령은 미 하원에서 두 번이나 탄핵을 당하면서도 무엇이 그렇게도 대통령 선거에 불복을 못하게 하는지 모르겠다. 민주주의의 상징인 미국이 퇴임 대통령들이 한자리에 모여 덕담을 나누는 멋진 모습을 잃어버린 셈이다. 자연은 자연스럽게 자리가 교차하는데 인간은 그러질 못하는 이유가 지나친 욕심 때문이 아닐는지….
부질없는 욕심 때문에 자유와 행복을 마음껏 누리지 못하는 사람들이 많다. 재물과 명예에는 항상 눈에 보이지 않는 교만 이라는 악성 바이러스가 따라다니고 있음을 빨리 깨닫지 못한 지혜 부족 때문이 아니겠는가. 무슨 사건이 있을 때 원인을 알고 보면 결국은 돈과 명예에 얽혀져 있는 경우가 다반사다. 인간의 욕심이 지나치면 재물과 명예 그늘에 있는 악성 바이러스인 죄에 지고 만다. 인간은 지고 싶지 않지만, 순간적인 지나친 욕심에 사로잡혀 재물과 명예에 자유와 행복을 잃게 되고 마는 것이다. 어쩔 수 없는 환경에서 인간의 어리석음으로 인해 자유와 행복을 누리지 못하고 있는 안타까운 사람들의 모습이 내 눈에 아른거린다. 국가와 사회를 위해 헌신한 이들이니 하루빨리 하이랜드 산책길에서 자유와 행복을 누릴 수 있는 날이 오기를 바라는 마음이다.
나는 재외동포로 살지만 사랑하는 고국 소식에 항상 신경이 쓰인다. 근래에 뉴스에 자주 등장하여 나를 안타깝게 하는 사람들이 있어 하이랜드 산책길에서 많은 생각을 한다. 나는 캘리포니아에서 살고 있다. 내가 사는 곳에서 그리 멀지 않은 실리콘 밸리 산호세는 애플 구글 등 전자기술의 요람지로 알려졌다.
이런 곳에서도 삼성 제품인 스마트 폰이며 냉장고 등이 대세를 이루고 있어 나를 신이 나게 하고 있다. ‘코리아’ 하면 대통령의 이름을 아는 사람은 없어도 삼성을 모르는 사람은 드물다. 이런 세계적 기업을 이끌어 가야 할 이재용 부회장이 ‘국정농단사건’으로 2년 6개월이라는 형량을 받고 감옥생활을 하게 되었다. 한 나라의 통치자가 돈이 필요하니 달라고 하는데 안 주겠다고 버틸 기업인이 있을까. 국정농단 사건의 주 인물인 박근혜 전 대통령은 탄핵을 당했다. 감옥생활을 오래도록 하면서 무슨 생각을 하고 있을까. 이명박 전 대통령도 삼성과 국정농단사건에 관련이 있어 감옥생활을 하고 있으니 참으로 안타까운 일이 아닐 수 없다. 한국을 대표한 전 대통령들과 국제적 회사 부회장이 감옥 생활을 하니 고국에 대한 신뢰 상실감으로 씁쓸하기 그지없다. 이 또한 지나가리니 침묵으로 더욱 자숙하면서 겸허하게 자신을 스스로 성찰하는 시간으로 삼아 새롭게 태어났으면 좋겠다. 하이랜드 산책길은 진실로 새로워진 소박한 그들의 발길을 포근하게 맞이해 줄 자유와 평화가 넘치고 있다.
두 팔을 벌려 심호흡하며 길가에 있는 진초록 잔디들을 본다. 지역에 따라서는 강풍과 강설로 나목들이 추위에 떨고 있 는 겨울인데도 하이랜드 산책길은 늘 녹색의 아름다운 자연을 허락해 주신 주님께 저절로 감사함이 인다. 인간이 창조한 첨단의 과학과 인공지능이 아무리 발전했어도 생명 있는 풀 한 포기 만들지 못하는 나약한 존재가 사람 아닌가. 인간도 자연같이 한 피조물에 지나지 않음을 나는 직장에서 수많은 사람들의 마지막 호흡을 보는 순간마다 느끼곤 한다. 아무리 인간사회에서 높은 지위와 많은 재물을 가졌다 하더라도 이 세상을 하직하는 순간은 마찬가지다. 아름다운 이 땅에서 살 수 있도록 허락받은 동안 현재의 삶에 만족하며 감사한 마음으로 자유롭고 행복하게 살면 그것이 곧 창조주께 영광을 올려 드리는 일이 아닐까 싶다.
우주의 자연생태계를 이루는 거미가 쳐 놓은 거미줄에 아침 이슬방울이 방울방울 달려 햇빛에 반짝이고 있다. 노인인 나는 소싯적에 불렀던 동요 ‘구슬비’가 떠올라 낭낭하게 부르며 자유와 행복이 넘치는 하이랜드 산책길을 걷는다. 송알송알 싸리잎에 은구슬. 초롱초롱 거미줄에 옥구슬. 대롱대롱 풀잎마다 총총. 방긋 웃는 꽃잎마다 송송송.
ㅎㅎㅎ 동심으로 돌아가 즐거운 시간이 되셨군요
전에는 만보를 이야기하더니 이제는 삼십분 정도 매일 걷는게 최고라고 하더군요
아마도 만보 걷기는 나이들면서 어려워지기 때문인듯,,,
귀한 글 즐감하고 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