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문학 2015년 1월호>
국내 최장수 문예지 월간 <현대문학>이 ‘회갑’을 맞았다. 1955년 1월호로 창간한 이 잡지는 지난 60년 동안 한 호도 거름 없이 발행되어 창간 60주년인 2015년 1월호로 721호를 기록했다. 지난해와 지지난해 박근혜 수필 재수록과 이제하 등 연재소설 거부 사태를 거치면서 위기에 빠졌다가 편집진을 다시 짜는 등 진통을 거친 뒤여서 60주년 기념호를 대하는 감회가 새삼스럽다.
본문만 510쪽 남짓 두툼한 ‘특대호’로 나온 <현대문학> 1월호는 다채로운 특집으로 갑년을 기념했다. 김행숙·서민·이광호·한유주 등 20명이 ‘버리지 못한 것들’을 주제로 쓴 에세이, 젊은 작가 백수린·손보미·정용준·최은미가 이 잡지 편집위원인 소설가 이기호의 사회로 나눈 좌담 그리고 ‘2000년대의 한국 문학’을 주제로 삼은 평론가 네 사람의 글 등이 풍성하다. 해마다 신년호 권말부록으로 싣는 130여쪽 문인 주소록이 부피를 더했다.
신형철 조선대 교수는 ‘2000년대 한국 시의 세 흐름-깊어지기, 넓어지기, 첨예해지기’에서 서정, 실험, 정치라는 열쇳말로 2000년대 한국 시의 세 흐름을 요약했다. 그는 1990년대 초중반부터 2000년대 초중반까지를 한국 서정시의 절정기로 파악하면서 동시에 “1990년대 이래 서정시의 문법들이 어지간히 관습화되었다는 피로감을 느끼기 시작”한 시기도 그 무렵인 것으로 본다. 서정시에 대한 반성에서 출발한 ‘2000년대 한국 시’는 1인칭(의 전제주의)에 대한 반발을 거쳐 “시적 주체를 새롭게 창안해”내는 데로 나아간다. 다른 한편 “2008년 이후 한국 사회에 나타난 일련의 부정적인 변화들”은 시와 정치의 관계에 대한 모색을 불러왔다. 그러나 이 흐름은 “실제 작품들로 자신을 입증하는 데 충분히 성공하지 못했다는 점에서 한계를 가진다”고 신 교수는 지적했다.
김경수 서강대 교수는 ‘시민사회를 꿈꾸는 상상력의 출현’이라는 글에서 2000년대 한국 소설의 특징으로 ‘소수자의 발견’을 든다. “2000년대 우리 소설은 지난 100년의 세월 동안 우리 문학이 도달하고자 애썼던 진정한 시민문학의 문을 열어젖혔다”고 보는 그는 공지영과 손아람의 작업을 대표적인 사례로 들었다.
유성호 한양대 교수는 ‘대안 담론과 공론성 회복의 흐름’에서 생태시학과 여성시학, 문학권력 논쟁, 친일문학 논의, 시와 정치 논의 등으로 2000년대 비평의 흐름을 정리한 뒤 “2000년대 이후 비평은 우리에게 여전히 비평의 공론성 회복 가능성과 그 과제를 시사해 준다”는 결론을 내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