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시(弔詩)
노을빛 둥근집
-장모님의 부고(訃告)를 받고
강 정 실
새벽녘
딸아이의 카톡방에
단 한 줄
“외할머니 돌아가셨어~!”
나이 들어 자주 뒤쪽을 바라보며
되새김질하는 것은
살아온 삶의 흔적을 끄집어내고
덧셈보다 뺄셈에 능숙해져 있는
초승달을 닮아가기 때문입니다
내 27살 가을
암사동 슬레이트집 단칸방에서
처음으로 뵌 장모님의 얼굴에는
삶은 외롭고 눈물겨워도
희망이 있어 살아간다는 의지의 빈손이었지요
전쟁통에 이북 청진에서 홀몸으로 남하하고
장인은 거제도 전쟁포로 석방에도
이북으로 돌아가지 않은 채
결혼해 세 딸을 남겨놓고 먼저 세상을 뜬 장인을 대신하여
등짐 진 축약할 수 없었던 긴 세월이었지요
세 사위와 외손자·외손녀 일곱을 두고는
장인 옆에 누우실 장모님은 더는 외롭지 않을
노을빛 *둥근집이라, 저희가 두 분의 뫼를 찾아
웃자란 잡풀을 낫으로 베어낼 때
두 분께서는 환한 웃음으로 저승의 삶을 이야기해 주겠지요
이제
남은 일이란 그날이 왔을 때
저희는 부끄러움 없이 두 분을 해후할 일만 남아 있네요
연분홍 바람 날리는 /허공이 /큰 화폭에다 수놓을
4월의 벚꽃잎과 함께 가시옵소서
*봉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