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스리움
강 정 실
언덕 위 세워져 있는 아파트 엘리베이터가 없는 꼭대기 층, 나의 방 베란다 화분 속에서 *안스리움은 일 년 내내 목대를 높여 빨간 꽃을 피운다 화려하지 않고 싫증 나지 않은 이 꽃의 이름 *안쓰러움이라는 짠한 단어가 떠올라 나와 함께 공중 높은 허공에 세들어 산다
아마존 원시인들은 높은 나무 위에 집 짓고 적의 침입과 짐승을 피해 정글 깊숙이 산다 이 집에는 왕거미가 허공에다 진을 치고 살아간다 언제나 나는 꺼억꺼억 걸어 꼭대기 방에 올라가 거미줄에 마음이 뒤엉켜 매달린 채 밥해 먹고 허공에서 잠자고 꿈꾼다 안쓰럽게 느껴지는 안스리움처럼
*안스리움(Anthurium)은 남아메리카의 열대식물
*안쓰러움은 안쓰럽다의 활용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