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 정 실
언덕길을 따라 걷다가
한적한 등대 내부에 들어서면
위에서 아래로
아래서 위로
돌음계단은 회전문처럼 반겨준다
동글동글 소라 창자처럼
말린 대리석 계단을 따라
아래로 내려가며
부실한 나의 두 무릎뼈는
낡은 탁자 소리를 낸다
다시
위 입구를 찾아 올라가면
내 몸은 장작불에 달군 감자가 되어
버석대는 마른기침 삼키다
약 오른 고추 한 입 먹고
멧새울음 펑펑 쏟아 놓는다
바다가 보이는 언덕에 앉아
철썩대는 파도가
인생이 빚어 놓은
나의 유성기에서 흘러나오는
공(空)의 소리를 듣게 한다
-부산 태종대 등대(2013년 4월 촬영)
사진과 시가 아주 맘에 들어요. 내 가슴이 뻥! 뚫어지는 기분입니다. ㅎㅎㅎㅎㅎ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