론 사이프레스 in Pebble Beach
이 병호
타고난 운명인가 보다
한 번도 땅 위에 발을 내딛지 못하고
온갖 세월의 풍상을 이겨내고
태평양과 맞닿은 기암절벽 위에
홀로 외로이 뿌리를 내리고 서 있는 너
바닷바람과 안개를 벗 삼아
소나타를 뿜어내고
거친 파도소리에 선잠을 깨며
가는 시간에 못다 푼 꿈일랑 맡겨 버리고
찾아오는 손님들을 상냥한 미소로 반기는 너
한 폭의 현실 속에서
나는 이렇게 사노라고
무언의 독백을 쏟아내면
행복은 거기 가까이 있는 거라고 화답하면서
오늘도 후회 없는 하루를 보내려는 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