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후
강 정 실
그동안
어린 달이 지고
청년의 보름달이 꽃필 때
결혼과 함께
각자의 생활터로
멀리서 긴 세월을 건넜다
우릴 키운 부모님과
친척 어른들 모두는
저승에 계시고
우리 남매는
약봉지가 일상이 되어
너덜너덜 늙은 달이 뜨는
십일월 그믐날
남동생은 홍천에서
여동생은 남해에서
나는 미국에서
형님댁에 모였다
다들 고희(古稀) 위아래
아직도
동그란 얼굴 그대로,
주름진 옛날에 머물렀던 잔상을
하나씩 꺼내다 보니
어릴 때 한여름
바닷가 냄새가 난다
각자 악다물었던
삶에 대한 성을 허물고
기억 한 조각씩
살아온
살아가는
생활터의 이야기와
자식들에 대한 이야기 등으로
얼기설기 얽힌 주름진 손을 맞잡는다
다음 만남은
꽃 피고
꽃 지고
빨강 열매가 맺히는
막연한 계절에 맡기곤
잠시 머물렀던 자리를 툴툴 털며
일어선다
-11.30. 2022 부산 광안리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