벼룩시장
강 정 실
매주 토요일 하루
고등학교 주차장에는 여러 형태의 오래된 물건들을 가지고 와서 장사한다
이곳엔
흘러간 세월
정지된 시간 속의 추억들이 가끔 되살아날 때가 있어 좋다
한 매장은 LP와 이동식 턴테이블이 놓여 있다
몇 장의 LP 표지를 뒤지다가
코니프란시스의 얼굴이 보이고
내가 좋아하는 곡 ‘사월의 사랑’이 들어 있다
또 다른 LP에 트윈플리오의 번안곡으로 히트했던 '웨딩케이크' 원곡도 있다
주인의 허락을 받고
헐겁고 낡은 케이스에 들어 있는 LP를
턴테이블에 올려놓고 헤드폰을 귀에 낀다
켜켜이 쌓인 세월은 하나씩 들춰지며
마음 깊은 곳까지 찾아온다
내 열일곱 아련했던 까까머리 노랫소리가 들려오고
아날로그에 깃든 찌직대며 마모된 추억과 함께 춤춘다
LP의 먼지를 물걸레로 조심스레 닦아내었던 체험과,
바늘이 다른 곳으로 튀어 엉뚱한 소리가 재현되었던 황당함
영어가사를 한글로 적어 놓고 따라 불렀던 교감은
보일 듯 말 듯
철없었던 풋과일 냄새가 하나씩 되살아난다
집에는 턴테이블도 없는데
흘러간 세월
정지된 시간 속의 그리움을 위해
LP 두 장을
소중하게 들고
벼룩시장을 벗어난다
